이제 '한 달 살기'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우리사회도 언제부턴가 육아휴직과 장기휴가를 권하면서 세대 및 계층에 관계없이 인기가 높다. 단순 여행이 아닌 오랜 기간 머무르면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것이다. 일상에서 느끼지 못할 여유를 즐기는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런 유행에 편승했다. 바로 강북구 삼양동에서 진행 중인 '옥탑방 한 달 살이'가 바로 그것이다. 박 시장은 지난달 22일 부인 강난희 여사와 함께 간단한 가재도구를 챙겨 들어갔다. 2층에 자리한 방 2개짜리 조립식 건축물이 임시 보금자리였다.
하지만 그 내용은 무척 판이하다. 힐링과는 거리가 멀다. 낯선 나라에서 쉬는 게 아닌, 실제 삶의 현장에서 살아보며 문제를 찾고 해법도 구하겠다는 것이다. 역대급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그 흔한 에어컨 조차 없다. 얼마 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선풍기를 보내기도 했다.
박 시장은 이곳에 입성하며 "절박한 민생의 어려움을 느끼고 강남북 격차를 고민하는 시간을 갖겠다. 책상머리 정책은 2차원이지만, 시민들의 삶은 3차원이다. 현장에 문제의 본질도 그리고 답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오는 19일이면 예정된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다. 지금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정치권에서의 갑론을박이 대표적이다. 7월 28일 한 동영상 사이트에 박 시장의 거처를 촬영한 모습이 올라왔다. 그날 이른 오전부터 공무원들이 포장된 전복죽과 생수 등을 나르는 모습이 찍혔다.
향후 이웃들과의 간담회 차원에서 준비한 음식으로 공식 확인됐지만, 재선의 바른미래당 한 의원은 "완전 신파 코미디다. 자기 직원들을 전복죽 배달부로 쓸 수 있는 서민이 있나. 주무시는 건 서민체험인데 드시는 건 귀족체험하시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해당 영상은 이틀 만에 조회수 12만회를 기록했다. 그러자 박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에서 조찬 간담회 때 보좌진들이 준비하는 것과 같은 죽이다"라고 설전을 이어갔다. 다른 정치인은 강북지역의 열악한 교통인프라를 지적하며 "상계동에서 지하철 타고 출근해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인근 주민들의 반응도 크게 엇갈린다. 간략히 '대환영'과 '시끄럽다'로 나뉜다. 일례로 규탄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의 소음에 짜증을 낸 주민이 불만을 드러냈고, 서울시장이 주민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 자체에 만족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쇼'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었다. 이에 박 시장은 "의도를 모욕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답한다. 박 시장은 "99대 1 사회의 상징적인 모습을 봤다. 동네 경제가 다 무너졌다. 대형마트를 비롯해 대기업 체인점, 프랜차이즈가 동네 상권을 지배하고 있다. 마을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찌됐건 박 시장의 '옥탑방 한 달 살이'는 참신한 시도임엔 틀림없다. 과정에서 잡음이 적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박 시장은 그간 보고 느낀 결과물을 이달 19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언급했던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어떤 밑거름이나 지렛대가 나올 지 주목된다. 시민들의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