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넷플릭스, 중국 창업신화의 상징이었던 러에코가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다. 백기사도 맥을 못추면서 러에코의 핵심 자회사이자 상장사인 러스왕(樂視網)의 시가총액은 결국 100억 위안 밑으로 떨어졌다.
전날인 2일 러스왕의 주가가 전거래일 대비 6.98% 급락하면서 시총이 95억7500만 위안에 그쳤다고 신경보(新京報)가 3일 보도했다. 100억 위안 붕괴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이는 지난 2015년 5월 역대 최고 주가인 44.7위안 당시와 비교해 무려 94.5% 줄어든 수준이며 지난해 1월 16일 자금위기에 봉착한 러에코에 룽촹(融創)중국(수낙차이나)이 거액을 투자했을 당시의 시총 701억 위안 대비도 86.34% 쪼그라든 것이다.
실적도 참담하다. 러스왕은 지난달 13일 올 상반기 11억500만~11억1000만 위안 적자를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6억3700만 위안이 늘어난 것으로 러스왕의 자금 상황이 나아지기는 커녕 점점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분기 전망도 비관적이다.
러스왕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신문은 러스왕 산하 주요 자회사가 각자 분리되면서 상장사 '러스왕'은 껍데기만 남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최근 수낙차이나는 각 자회사의 '러스왕' 그림자 걷어내기에 힘을 쏟고 있다. 러스빌딩은 '러룽(樂融)빌딩'으로, 러스왕의 자회사이자 스마트TV 사업을 전담하는 러스즈신(樂視致新)도 '러룽즈신'으로, 영화 등 콘텐츠를 제작하는 러스잉예는 '러촹(樂創)문화·엔터테인먼트'로 이름을 바꿨다.
최근 한 언론은 러스왕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러룽즈신을 핵심으로 하는 TV사업이 러스왕에서 완전히 분리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러스왕은 공시를 통해 " 채무상환이 어려워 '신러스즈자(新樂視之家, 현 러룽즈신)' 지분 등이 저당을 잡히면서 실질적 지배권을 빼앗길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러스왕의 주가는 폭락했지만 러에코 창업자의 '전기차의 꿈'을 지원한 헝다그룹 산하의 '헝다건강' 주가는 급등해 시선을 끌었다. 지난달 6일 헝다건강은 전기차업체 패러데이퓨처(FF)의 주주기업에 투자해 FF의 대주주가 됐다.
하지만 긍정적인 흐름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과거 수낙차이나와 비슷한 모습이라는 것. 수낙차이나의 주가는 러스왕에 투자한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약 9개월간 무려 544% 급등했다. 부동산업체 전반의 상승세에 러스왕 투자 기대감이 더해진 영향이다. 하지만 러스왕이 내리막길을 지속하고 중국 대내외 상황이 악화되면서 수낙차이나 최근 주가는 지난해 10월 대비 반토막 수준까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