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이 시공 중인 라오스 세남노이댐 보조댐 유실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정부와 SK건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긴급구호대를 파견하는 등 사고 대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건설은 지난 24일 밤 사고 현장에 안재현 사장을 비롯해 10여명의 임원을 급파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현장에 인력과 헬기·보트·의료장비·구명조끼·구호물품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25일 본사 인력을 추가로 파견했다. 현장에는 한국인 직원 40여명을 포함해 120여명이 일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긴급구호대를 파견하는 등 정부 차원의 강력한 구호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대통령은 "댐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상황이지만 우리 기업이 댐 건설에 참여하는 만큼 우리 정부도 지체 없이 현지 구호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세남노이 수력발전 프로젝트'는 라오스 남부 볼라벤 고원을 관통하는 메콩강 지류를 막아 댐을 만들고 낙차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사업으로, 2012년 SK건설이 한국서부발전과 함께 수주했다.
본 댐인 세남노이 댐은 높이 74m, 너비 1.6㎞, 담수량 10억t으로 최대 690m에 달하는 낙차를 이용해 전력을 만든다. 발전용량만 410MW(메가와트)로 국내 최대 규모인 충주댐과 비슷한 규모다. SK건설에 따르면 현재 공정률은 92.5%로 본 댐 2개와 보조 댐 5개 가운데 마지막 보조댐인 다섯 번째 댐이 공사 중에 있었다.
◆사고발생 원인과 대처 논란
SK건설 측은 지난 22일 오후 9시께(현지시간) 보조 댐 한 곳의 상부에서 일부 유실을 확인했고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한편 유실 구간에 대한 긴급 복구작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며칠 동안 집중호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둑 일부가 유실돼 침수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이후 23일 오전 3시께 본 댐인 세남노이댐의 비상 방류관을 통해 긴급 방류를 실시해 보조 댐의 수위를 낮췄고, 라오스 정부에서 추가 유실 가능성을 통보한 뒤 이날 오후 6시께 보조 댐 상부에서 추가 유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24일 오전 1시 30분께부터 댐 하류에 위치한 마을의 피해가 시작됐고 같은 날 오전 9시 30분께는 7개 마을이 침수된 사실이 확인됐다.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은 이와 관련,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간) 보조 댐 중 하나가 폭우로 약 11㎝의 침하가 발생했고 22일엔 댐 상단부 10곳에 침하가 발생했다”며 “23일 오후 2시 30분께 보수 장비가 도착해 작업하려고 했지만 침하 가속화 기미가 보였고 댐 일부가 유실되기 시작했다”고 보고했다.
◆1분기 해외수주 1위 SK건설 비상등 켜지나
이번 사업은 △SK건설 26% △한국서부발전 25% △태국 'RATCH' 25% △라오스 'LHSE' 24%로 지분을 나눠 'PNPC‘라는 합작법인을 만들어 추진 중이다. SK건설이 모든 시공을 맡은 만큼 책임 소재에 따라 여파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SK건설은 그동안 건설사들이 해외 시장에서 택했던 설계·조달·시공(EPC) 모델에서 벗어나 스스로 신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향후 유지·관리까지 참여하는 개발형 사업 모델에 집중한 결과 올 1분기 해외수주 업계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개발형 사업의 경우, 프로젝트 운영권까지 확보하기 때문에 길게는 몇 십년 동안 꾸준한 운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개발형 사업 모델은 인프라가 더 필요한 동남아시아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세남노이 수력발전소도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이 27년 동안 건설·운영을 맡아 연간 총 전력 판매액에 따른 배당수익 1억4000만 달러(약 1500억원)를 받기로 했다. SK건설은 지난해 4월 계획보다 4개월 앞서 세남노이댐을 준공했다고 밝혔다. SK건설은 공사 기간을 단축한 점을 인정받아 발주처로부터 2000만 달러(약 220억원)의 보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