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보기에 이 세상은 기능 부전이에요. 세계가 불완전한 탓에 난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있다고요." 나는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완전히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세상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상상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세상이라는 게 무엇인지 나는 점점 알 수 없어져 가고 있었다. <편의점 인간, 104쪽> (무라타 사야카, 살림)
'무민세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없다'란 의미를 가진 한자 '무(無)'와 '의미가 있다'라는 뜻의 영어단어 'mean'이 합쳐진 낱말입니다. 의미가 있는 일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무의미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을 말합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한 발 물러서 가벼운 삶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죠.
혹여 자신을 '흙수저'라고 생각하는 보통 젊은 세대가 돈도 없고 인맥도 없어 어차피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며 자포자기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반복되는 좌절로 인한 상실감과 허탈감이 무력감으로 이어지면서 사회에 무관심해지는 것입니다. 여기에 무민세대라는 포장을 씌워 자기 스스로 위로하는 것이죠.
실제 요즘 젊은 세대는 불안감 속에서 살아갑니다. 대학 때는 학비와 취업 걱정, 취업 이후에는 학자금 대출 상환, 주거비, 생활비 걱정으로 팍팍한 삶을 삽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금수저 계급의 특혜 채용이 버젓이 일어나며 상대적 박탈감만 커졌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세대, 여기에 인간관계와 내집마련까지 포기하는 5포세대, 더 나아가 꿈과 희망마저 포기하는 7포세대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회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 모습입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이 암울한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젊은 세대에게 참으로 잔인한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