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전차군단’ 멈추고 ‘아트 사커’ 뜨다…‘황금세대 시대’의 개막

2018-07-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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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 잇는 '황태자' 음바페, 월드컵에 화려한 등장

'황금세대'가 프랑스에 두 번째 별을 선물했다. 그리에즈만, 포그바, 음바페(좌측부터)가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32일 동안 전 세계 축구 팬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주인공은 프랑스였다. 프랑스는 16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에서 크로아티아를 4-2로 꺾었다. 1998년 자국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프랑스는 20년 만에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높게 들어올렸다. 1998년 월드컵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를 누빈 디디에 데샹 감독은 사령탑으로 또 한 번 우승을 맛봤다.

◆‘전차군단’ 멈춘 월드컵··· 프랑스·벨기에 등 ‘황금세대 시대’ 개막
러시아 월드컵은 ‘황금 세대’들의 각축장이었다. 앙투안 그리에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을 중심으로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은골로 캉테(첼시) 등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보고 자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프랑스 ‘황금 세대’는 러시아에서 화려한 ‘아트 축구’를 보여줬다.

인종, 출신 성분이 다양한 프랑스 팀은 데샹 감독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쳤다. 2018년 프랑스 대표팀은 23명 가운데 21명이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이번 대회에서 4골을 넣으며 차세대 스타로 떠오른 음바페는 카메룬인 아버지와 알제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중원의 핵심 역할을 톡톡히 해낸 폴 포그바는 기니에서 건너온 이민자의 아들이다. ‘레인보 팀(rainbow team)’으로 불리는 하나 된 프랑스는 강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크로아티아는 ‘통쾌한 돌풍’을 보여줬다. 16강전을 시작으로 3연속 연장 승부를 모두 승리로 이끈 뒷심은 많은 박수를 받았다. 벨기에 역시 에당 아자르(첼시), 로멜루 루카쿠(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 중심이 된 ‘황금세대’로 3위에 올랐다. 프랑스와 벨기에는 탄탄한 수비에 이은 날카로운 역습으로 ‘점유율 축구’의 시대가 저물었음을 증명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유럽 축구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2006년 독일 월드컵 대회에서 이탈리아의 우승을 시작으로 2010년 남아공 대회 스페인, 2014년 브라질 대회 독일을 포함해 4회 연속 회원 국가에서 우승팀을 배출했다. 특히 준결승에는 전원 유럽 국가가 진출해 2006년 독일 대회 이후 12년 만에 싹쓸이에 성공했다. 개최국 러시아도 당초 약체라는 예상을 뒤집고 8강에 진출하며 월드컵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한편 브라질, 독일, 아르헨티나 등 전통의 강호들은 조기에 자취를 감췄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FIFA 랭킹 1위인 ‘전차군단’ 독일은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하며 최대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멕시코와의 첫 경기에서 0-1로 패하며 불안하게 출발한 독일은 스웨덴을 2-1로 잡고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대한민국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손흥민(토트넘)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충격적인 탈락을 경험했다. 한국은 독일을 2-0으로 꺾으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1승2패로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새로운 '축구 황태자' 음바페가 월드컵에 입맞춤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축구 황제’ 펠레 잇는 ‘축구 황태자’ 음바페 등장

'축구 황제' 펠레(브라질)는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바빴다. “우승은 브라질”이라고 자신 있게 외친 펠레의 예상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빗나갔다. 펠레의 예측은 항상 빗나간다고 해서 생긴 이른바 ‘펠레의 저주’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지만 펠레는 웃었다. 자신을 잇는 ‘축구 황태자’ 음바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처음 월드컵에서 우승한 1998년 12월에 태어난 음바페는 1958년 펠레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한 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10대 선수가 됐고, 펠레 다음으로 어린 나이에 결승전에서 득점을 했다. 음바페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 티에리 앙리를 연상시키는 개인기와 폭발적인 스피드로 큰 주목을 받았다.

결승전 득점을 포함해 음바페는 자신의 첫 월드컵 무대에서 무려 4골을 쏟아내며 국제축구연맹이 월드컵에서 활약한 21세 이하 선수에게 주는 '영플레이어상'을 품에 안는 영광을 차지했다.

19세 207일의 나이로 결승 무대를 밟아 결승전 골맛까지 본 음바페는 펠레 이후 60년 만에 월드컵 결승전에서 골을 넣은 10대 선수가 됐다. 펠레는 1958년 스웨덴 월드컵 결승에서 개최국 스웨덴을 상대로 2골을 터뜨렸다. 펠레의 나이 만 18세가 되기 전의 일이다.

오랜 시간 황태자를 손꼽아 기다렸던 황제는 환하게 웃었다. 펠레는 개인 SNS를 통해 "월드컵 결승에서 골을 넣은 두 번째 10대 선수여. 클럽에 가입한 걸 환영해. 동지가 생겨서 기쁘다"고 썼다. 이어 "음바페가 이렇게 내 기록을 똑같이 쫓아오면 내 축구화 먼지를 다시 털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박수를 보냈다.

크로아티아의 루카 모드리치는 준우승에도 불구하고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 최우수선수인 '골든볼'의 영예를 안았다. 크로아티아의 캡틴이자 중원 사령관인 모드리치는 이번 대회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자국의 첫 결승 진출을 이끈 활약을 인정받았다.

뜨는 별과 함께 지는 별도 있었다. ‘최고의 스타’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메시의 아르헨티나와 호날두의 포르투갈은 16강전에서 각각 프랑스와 우루과이에 패했다. 메시는 조별리그와 16강전까지 4경기에서 1골 2도움에 그쳤다. 조별리그 첫 경기 아이슬란드전에선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호날두는 스페인과의 첫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조별리그에선 펄펄 날았지만 16강전에서 침묵했다. 두 선수는 지금까지 월드컵 16강 이후 녹아웃 라운드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서른을 넘긴 두 스타에게는 마지막일 수도 있는 월드컵이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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