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어느 날 평화롭던 집 앞 마당에 침입자가 나타났다.
남의 집 앞 마당을 침범한 걸로 모자랐는지 내친김에 자리까지 차지하고 순식간에 점령해버렸다.
무단 침입은 물론이고 명백한 사유재산까지 훼손하면서도 미안한 기색하나 없이 당당하기만 한데.
지난 11일 인터넷의 한 동물 커뮤니티에 느닷없이 집 앞 마당을 뺏은 것도 모자라 물건들을 부수고 다니는 침입자가 나타났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태회 씨는 게시글과 함께 침입자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침입자들은 보는 사람의 심장에 매우 위험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우르르 몰려와 폭력적으로 화분을 망가트릴 뿐 아니라 음식까지 빼앗아 위협적인 이빨을 드러낸 채 식사를 즐기고 있다.
마당을 점령한 침입자의 정체는 어느 날 불쑥 등장한 고양이 가족.
엄마 고양이 1마리와 새끼 고양이 4마리까지 총 5마리다.
장난칠 땐 이족보행하는 타입 |
태회 씨는 마당을 뺏긴 것도 억울한데 보이는 것마다 다 박살 내는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하냐고 푸념했지만 벌써 아이들의 이름까지 지어줬단다.
어미의 이름은 '숙자', 새끼들의 이름은 '턱시도', '회색이', '난폭이', '얌전이'다.
숙자와 새끼들은 대체 무슨 연유로 태회 씨 앞마당에 자리를 잡게 된 걸까?
"낮잠은 역시 냉장고 아래서 자는 게 제맛!" |
지난 8일 누군가가 고양이들을 박스에 담아 태회 씨네 집 근처에 두고 떠나갔다.
그때가 하필 장마여서 비까지 내리고 있었는데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자 마땅히 비를 피할 곳이 없었는지 어미 고양이가 새끼들을 데리고 태회 씨네 앞마당으로 들어왔다.
경계심 많은 고양이가 새끼까지 데리고 낯선 집에 들어오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얼마나 힘이 들지 짐작이 간 태회 씨는 고양이들을 내쫓지 않고 앞마당을 내어줬다.
얼마 후 비가 그치고 집을 나가는 것 같던 고양이 가족은 그날 이후부터 매일 아침마다 모습을 드러내며 본격적으로 앞마당에 눌어붙기 시작했다.
식물 사랑이 과한 타입 |
신기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해서 내버려 뒀더니 이제 정말 자기들 집인 줄 아는 것 같다는 태회 씨.
이제 아침에 일어나면 밤사이 아이들이 집에 들어왔는지 확인하는 게 소중한 일과가 됐다.
침입자들에게 손수 사료를 사서 챙겨주기 시작했는데 어미가 삐쩍 말랐는데도 새끼들부터 챙기느라 굶는 것 같아 어미만 따로 사료를 챙겨주고 있는 중이란다.
그런 태회 씨의 정성을 아는지 숙자는 태회 씨가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다고 한다.
태회 씨는 "새끼들은 사람이 나오면 화분 뒤로 숨거나 냉장고 아래로 숨는데, 다 숙자가 교육을 잘 시킨 것 같다"고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집사 마당을 내 마당처럼~" |
"수많은 곳 중에 하필 우리 집 마당으로 들어온 게 신기하다"는 태회 씨는 "이 아이들에게는 마당을 양보할 수 있으니 언제든 마음 놓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했음 좋겠다"는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집사야, 고맙다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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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기자 ksy616@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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