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빅브라더 되나] ②보험 영업, 이전투구 되나···삼성생명·화재가 타깃?

#회사원 나보험 씨(가명)는 A, B생명보험사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에, C손해보험사 자동차보험에, D손해보험사 실손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나 씨는 최근 각 보험사의 개인정보활용에 무심코 동의한 이후 보험사로부터 이상한 연락을 자주 받고 있다.

A생보사는 나 씨가 가입한 B생보사 보험을 정확히 언급하며 이를 해지하고 이보다 더 좋은 자사의 상품에 가입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B생보사 역시 나 씨가 가입한 A생보사 상품보다 더 좋다며 자사 상품을 권유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오후에는 C손보사에서 전화가 온다. 나 씨가 D손보사에 가입한 실손 보험을 해약하고 더 좋은 자사의 상품에 가입하라는 전화다.

A~D보험사 모두 경쟁사 상품을 해약하고 자사의 상품에 나 씨를 가입시키기 위해 치열한 영업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각 보험사에서 나 씨가 가입한 경쟁사 상품을 분석해 이를 저격하는 신상품도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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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A~D보험사가 나 씨가 가입한 모든 보험 상품 정보를 속속들이 저장·활용하고 있기에 할 수 있다. 나 씨의 모든 보험 정보는 이미 A~D보험사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된 상태다. A~D보험사는 나 씨와 유사한 고객 수십만 명의 정보를 수집·저장하고 이를 영업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궁리하고 있다.

조만간 고객이 어떤 보험에 가입했는지 보험사가 수집해서 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 이 경우 보험사 영업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KB손보 등 대형 보험사에서 보험관리 IT 시스템을 개발·출시하고 있다. 이들 보험사는 이를 통해 자사 고객이 다른 어떤 보험에 가입했는지 파악하고 이를 DB(데이터베이스)화 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부 보험사가 이 같은 시스템을 활용해 고객의 보험 정보를 수집할 경우 다른 보험사도 유사한 행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자사의 정보를 일방적으로 빼앗기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는 의미다. 결국 대부분 보험사가 서로서로 고객 정보를 DB에 쌓아두고 이를 분석해 상대 보험사의 취약 계층을 공략하는 식으로 영업 경쟁이 진행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타깃으로 삼은 보험사의 상품에 가입한 고객을 찾아가 자신의 상품이 더 좋다는 식으로 영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상품 개발도 이를 감안해 타깃 상품보다 보험료를 저렴하게 만드는 식으로 나아갈 수 있다.

현재 보험사는 뚜렷한 신성장동력 없이 국내 시장에서 영업 경쟁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진출이 대안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몇 년 동안 손실을 감수하고 투자를 해야 하는데다 성공확률도 불확실해 사실상 일부 대형사만 시도하는 수준이다. 결국 국내 영업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보험·IT 업계에서는 이 같은 영업 경쟁이 일어나면 기존 고객이 가장 많은 1등 회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타깃으로 설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시장점유율 각각 21.15%, 24.01%를 기록하며 2위권사와 5%포인트 이상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이전부터도 신제품이나 서비스 등은 삼성을 기준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식으로 경쟁이 벌어지면 아무래도 1등인 삼성이 전반적인 타깃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