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양국은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을 연내에 타결하도록 협력하기로 했다"며 "RCEP 협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방 수준이 아니라 타이밍으로, 빠른 시간 안에 타결함으로써 보호무역주가 확산하는 세계 무역 기조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싱가포르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 연설을 통해 "자유롭고 공정한 교역질서가 지속되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한 뒤 "한국과 싱가포르 양국 경제성장의 토대는 자유무역과 개방정책으로, 두 나라는 개방국가이자 자유무역국가로서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은 특별히 양국 발전의 기반이 될 미래지향적인 협력방향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고 밝힌 뒤 "현재 진행 중인 양국 간 이중과세방지협정 개정이 마무리되면 상호 간 투자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현재 200억 달러 수준인 양국 교역과 상호 간 투자가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 뒤 "오늘 양국은 4차 산업혁명 공동대응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스마트제조·인공지능·사물인터넷·로보틱스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공동 연구개발 등 협력을 약속했다"며 싱가포르의 혁신역량과 자본력에 한국의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이 결합하면 큰 시너지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첨단산업 분야 발전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참여가 확대되어야 하며 혁신적 창업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은 "경제 협력이 국민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야 한다"며 리 총리가 4년 전 발표한 '스마트네이션 계획'과 문 대통령의 '사람 중심 경제'가 지향하는 방향이 일치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추진하는 스마트시티는 ICT·인공지능·친환경에너지 등 첨단기술의 집합체이며 국민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한국의 노력이 싱가포르 스마트네이션 구축에 기여하길 바란다"며 "싱가포르 주도로 추진 중인 '아세안 스마트시티 네트워크' 사업에 한국은 아세안의 미래 동반자로서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과 관련,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싱가포르가 함께 이룬 위대한 성과"라면서 "특히 싱가포르 국민들께서 미국 치즈와 북한의 김치를 곁들인 '평화버거', 북미 정상의 얼굴을 그려 넣은 '김정은-트럼프 라떼'같은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 정상회담을 기념해주셨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에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내 준 싱가포르 정부와 국민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사의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은 서로 교류하면서 경제·안보·문화 모든 분야에서 서로에게 힘이 됐고 이곳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더 좋은 친구가 됐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가 이뤄진다면 우리의 경제 협력은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대기업 11곳, 중소·중견기업 52곳, 기관과 협회 17곳에서 모두 150여명의 한국 기업인들이 참석했고, 싱가포르 측에서도 각료와 기업인 150여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팩 리엔 관 싱가포르 기업인연합회 부회장은 환영사에서 "역동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과 싱가포르는 서로의 장점을 활용하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완 싱가포르 산업부 무역관계 부문 장관 역시 축사에서 "문 대통령이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한 달 만에 방문해 주셔서 더욱 의미가 있다"며 "특히 이번 방문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한 중요한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싱가포르는 서로의 강점을 계속 활용해 아세안 시장에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동시에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해야 한다"며 "한국의 중소·창업 기업들이 아세안의 관문으로 싱가포르의 이점을 활용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