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한 리뷰] 비장미 넘치는 '노트르담 드 파리'…"살짝 졸려도 괜찮아"

2018-07-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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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프랑스 사회상 그린 빅토르 위고 소설 원작

뮤지컬, 한국어 버전 10주년…8월 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한 장면.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아름다운 도시 파리, 전능한 신의 시대, 때는 1482년,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

최재림 배우의 그랭구와르가 첫 선을 보인 지난 5일, 객석은 기대와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뮤지컬 무대가 아닌 곳에서 그가 불렀던 '노트르담 드 파리'의 대표곡인 '대성당들의 시대'는 유튜브 등 온라인 상에서 꽤 인기가 많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지켜보는 이들 만큼 긴장한 듯 최재림 배우의 목소리가 떨렸다. 다행히 공연이 진행될수록 안정을 찾았다.
그랭구와르의 안내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올해 한국어 버전 10주년을 맞이했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어릴 적 접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노트르담의 곱추'로도 익숙하다. 물론 애니메이션은 자극적인 내용이 모조리 삭제됐다.

극 중 곱추로 태어나 버려진,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종지기인 '콰지모도'는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짝사랑한다.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의 결말을 기대하기엔 에스메랄다가 너무 매혹적이다. 15세기 프랑스 사회상을 그린 이 작품은 한 여자를 사랑하는 세 남자를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과 삶의 의미를 고찰하고 있다.

당시 프랑스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처지였다. 영국과의 백년 전쟁과 마녀 사냥 등으로 프랑스인들은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졌다. 사랑의 반짝임만을 그리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등장인물 중에는 성직자로서 육욕에 눈이 멀어 번민하는 '프롤로'가 현실의 부조리를 가장 잘 보여준다. 대성당들의 시대로 표현된 중세 시대가 가고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하는, 끝이자 시작을 노래하는 작품이다.

가볍지 않은 주제에 맞게 공연은 '비장미'가 넘친다. 곡 자체의 웅장함은 말할 것 없고, 배우들의 발성이나 무대 장치 또한 중압감이 느껴진다. 벽을 타거나 커다란 종에 매달리는 퍼포먼스, 애크러배틱 등이 가미된 무대는 감탄을 자아낸다. 한 차례의 휴식시간을 제외한 130여분 동안 매 순간 돌진하는 느낌이다.

따라서 배우들의 발음(딕션)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대표 배역 중 하나인 콰지모도를 연기하는 윤형렬 배우의 목소리는 무척 매력적이었지만, 워낙 울림이 커서 발음 측면에서는 아쉬웠다. 세종문화회관의 고질적인 음향 문제가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토록 화려한 무대로도 관객들의 졸음이 모두 가시진 못했다.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여서인지, 일과를 마친 후의 일정이기 때문인지, 너무 다채로운 퍼포먼스에 눈이 피곤을 느낀 것인지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휴식시간 중 눈을 붙이는 관객들이 곳곳에 보였고, 공연이 끝난 뒤 조심스레 "졸렸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어쩌면 더 많은 사람들이 스토리 전개 상 피치 못하게 졸음을 겨우 참거나 꾸벅 졸았을지도 모른다. 겉으로 드러내지 못할 뿐,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노트르담 드 파리'가 주는 묵직한 감동은 오랜 여운으로 남는다. 공연의 마지막은 시작과 마찬가지로 그랭구와르의 노래(커튼콜)로 마무리된다.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무대가 궁금해질 수 있다. 공연은 8월 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1998년 초연 이후 프랑스 대표 뮤지컬로 자리 잡았으며 19년간 전 세계 25개국에서 3000회 이상 공연됐다. 국내에서는 20개 도시에서 800회 이상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지난 2016년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은 누적 관객 수 100만명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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