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타국에 관세를 물리는 것은 결국 자국민에게 손실을 떠안게 하는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미·중 무역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중국 경제 잡지인 차이징(財經) 주최로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중국 포춘 포럼의 영상화면 강연을 통해서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이날 "누군가에게 10억, 100억 달러 관세를 물리면 결국 이는 자국민에게 10억, 100억 달러 세를 물리는 것과 다름없다"며 "미국이 고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봉황망(鳳凰網) 등 중국 현지 언론들이 8일 보도했다.
그는 "미국이 관세를 줄이지 않으면, 미국이 그동안 법인세 감면, 규제 철폐 등을 통해 얻은 경제 성장동력을 모두 깎아먹을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역사적으로도 봤을 때 증세를 하면 경기가 침체된다"며 "높은 관세 때문에 경제성장세가 둔화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은 우리가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사상 최대의 무역전쟁"이라며 "이것이 미칠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과거의 무역전쟁을 통해서 가늠하기도 힘들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무역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더 큰 손실을 입기 전에 지금 당장 그만둬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경기침체 같은) 심각한 문제가 나타날 것"으로 우려했다.
1987년부터 2006년까지 연준 의장을 지낸 그는 지난 7월에도 벤 버냉키 등 미국 경제원로들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외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는 역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한편 미국은 6일 0시(미국 동부 현지시간)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 부과를 강행한 지 몇 시간 만에 일부 품목에 대해선 관세 적용을 제외하기로 하는 방침을 내놓았다.
미국 통상대표부(USTR)는 이날 중국 이외에서 공급이 어려운 제품에 대해선 예외를 허용한다며, 각 기업들로부터 오는 10월 9일까지 관련 제품 품목을 신청받는다고 밝혔다고 홍콩 명보는 8일 보도했다.
관세 부과 예외를 판단하는 기준은 △중국에서만 수입할 수 있는 제품 △ 경제적 손실 정도 △ 중국 제조업 정책인 '중국제조 2025'과의 관련성 등 세 가지다.
이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위협을 가함과 동시에 자국 경제에 대한 피해를 줄이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