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은 8일 ‘무역전쟁이 중국의 대미 수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국의 대미 수출 단가가 1% 인상될 때 관세 인상 품목의 수출물량은 0.98% 감소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6일(현지시간) 예고된 대로 중국에서 수입하는 340억 달러(약 38조원) 규모에 해당하는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산업부품‧설비기계 등 818개 품목이다. 관세부과 방침이 정해진 500억 달러(약 56조원) 중 나머지 160억 달러 규모의 품목은 2주 내 부과할 예정이다.
중국도 ‘반격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세계경제 1‧2위 국가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됐다.
연구원은 우선 미국의 대중 수입품 관세 부과 조치에 따른 중국의 영향이 적잖을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관세율이 25% 상승했을 때 중국의 대미 해당 품목 수출은 23.4% 감소한다. 품목별로는 △원자로‧보일러‧기계류가 20.8% △전기기기 21.7% △광학‧의료‧측정‧검사‧정밀기기 등에서 19.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양국은 무역에서 서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다. 미국의 전체 무역 중 중국과의 무역규모는 2007년 12.4%에서 지난해 16.3%로 확대돼 3번째 교역국이다. 중국 역시 미국과의 무역규모는 지난해 14.3%로 가장 큰 교역대상국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중국에 관세부과 방침을 실행에 옮긴 것은 무역적자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32%에서 지난해 47.2%로 확대됐다. 중국과의 무역이 활발해질수록 적자를 본다는 얘기다.
연구원은 “무역적자 확대와 함께 미국은 자국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면서 기술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를 발동했다”며 “중국의 기술이전과 지식재산권 관련법, 제조, 관행 등으로 미국기업이 피해를 받고 있다고 인식한다”고 해석했다.
중국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는 것도 하나의 이유라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중 경제규모 차이는 올해 6조3000억 달러에서 2023년 2조9000억 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 간 무역분쟁은 세계와 우리나라의 교역‧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부는 무역분쟁을 대비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통상 관련 인력 확충 등 통상 전문조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중 무역분쟁을 겪으면서 발생할 수 있는 틈새시장에 대한 진출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수출시장 다변화와 내수시장 확대를 통해 외부충격에 강한 경제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