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됐다. 양국의 무역 갈등이 전면전으로 비화하며 한국 기업들의 고민도 커졌다.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에서 한국 기업만 비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한국은 수출 중심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올해 하반기는 물론 향후 기업 환경을 불안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환율과 국제유가까지 요동 칠 경우, 기업이 받아들일 충격은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7일 한 재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위험한 신호다"며 "기존의 무역질서까지 훼손하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 무역갈등이 보호무역주의로 확산될 경우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은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길 기대하고 있지만 최악 상황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 수입품의 10%에 달하는 5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해 미국의 대중국 수입이 10% 감소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282억6000만 달러(31조원) 줄어든다.
이는 곧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달성에도 영향을 준다. 타이무르 바이그 싱가포르 DBS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에서 미·중의 전면적 무역전쟁으로 한국의 성장률이 전년(2.9%) 대비 0.4%포인트 하락한 2.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재계에선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분쟁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전략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자제품, 자동차, 철강, 선박 등 주요 수출 품목은 향후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될 가장 직접적인 위협 대상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미국과 중국이 자국 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분쟁과 타협을 반복하고 있다"며 "특히 반도체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10%대에 불과한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 수준으로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어 향후 분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미국도 막대한 투자 바탕으로 성장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중국 반도체 시장 억제에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당장은 삼성,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는 피해에서 비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악재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중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서도 가격담합 등의 이슈로 조사 중이라는 점 등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타격이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가 자동차"라며 "(무역전쟁으로 인한) 갈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노조의 파업까지 예정된 상황이라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프리미엄 제품 위주의 수출 정책을 유지하면서 상황 변화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영향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기업의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임종화 경기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양국에서 무역흑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간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에 따라 수출에 영향 끼칠 수 있어 잠재적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 중국 갈등의 기저에는 단순히 경제문제 넘어 안보문제가 있다. 때문에 장기적이고 복합적으로 전략을 짜야한다. 단순히 기업 차원의 대응보다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전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