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참말로 사죄만 한다면 나는 편히 눈을 감고, 나비처럼 훨훨 날아갈 수 있겄다."
지난 1일 별세한 김복득 할머니가 살아생전 남긴 말이다. 할머니는 끝내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101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이로써 올해 들어 사망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모두 5명이다.
'위안부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부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 하며 비본질적인 대책만 내놓고 있다.
할머니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건 일본 정부가 '위로금' 형태로 출연한 기금 10억엔을 일본에 돌려주고, 그 기금으로 운영된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위안부 문제 해결은 속도를 내는 것처럼 보였다.
여성가족부와 함께 위안부 문제의 주무 부처로 꼽히는 외교부는 지난해 12월 과거 한·일 위안부 합의를 무효화하는 내용을 담은 위안부 합의 태스크포스(TF) 보고서를 발표했다.
위안부 TF를 담당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당시 "일본 정부가 출연한 기금 10억엔을 전액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고,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등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단호한 어조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보고서가 나온 지 반년이 흐른 지금에도, 위안부 문제는 다시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6개월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단호했던 강 장관의 어조는 조금씩 누그러졌다.
강 장관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관련 문제에 대해서) 여가부가 주도하고 있고, 그 과정에 외교부도 참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가부 역시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통해 "10억엔은 예비비로 특별 편성, 어느 부처에 둘지는 관계부처 간 협의를 진행 중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화해·치유재단은 지난해 말부터 사실상 기능이 정지된 '식물재단'이지만, 10억엔을 까먹으며 운영되고 있다.
재단 정관에 따르면 여가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이 협의를 거친 뒤, 여가부 장관이 승인하면 재단을 해산시킬 수 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재단의 해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단 문제에 대해 정 장관은 "외교 문제가 걸려 있어 여가부 단독으로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여가부와 외교부 간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거나, 정부가 일본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 27명의 할머니에게 허락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또 아무런 사죄나 보상을 받지 못한 채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