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공식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이 민감한 국제 현안 및 미·러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보다는 양국 관계 복원에 의미를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주 백악관과 크렘린궁은 7월 16일 미·러 정상회담 소식을 공식 확인했다. 두 정상은 앞서 다자회담 등을 통해 짧게 접촉한 적이 있지만 별도로 공식 정상회담을 연 적은 없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만나 미·러 관계 및 국제적 현안을 폭넓게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016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러시아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분쟁, 시리아 내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란 핵협상 등 양국이 대척점에 있는 각종 현안에서 미국의 입장을 관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미국 매체들은 지적한다. 도리어 너무 많은 양보를 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표면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러 정책은 상당히 강경하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개입 및 크림반도 합병을 응징하기 위한 목적의 대러 제재를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정부에 무기를 판매해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 반군에 맞서도록 돕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영국에서 러시아 이중 스파이가 암살될 뻔한 사건이 발생한 뒤 배후로 러시아 정부를 지목한 영국을 지지하면서 미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수십명을 추방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입장은 또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선거라는 비난이 잇따른 지난 3월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의 승리를 공개적으로 축하했다. 또한 미국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마녀사냥이라 비판해 왔으며,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과 관련해서도 러시아는 계속 부인하고 있다며 러시아를 대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러시아를 주요 7개국(G7)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관련해서는 러시아어를 쓰는 많은 사람이 크림반도에 산다며 정당한 결정인 듯 시사하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러 정상회담에서 국제적 이슈에 대한 중대한 합의가 나오기보다는 양국의 관계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무역과 방위비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전례 없는 압박을 받고 있는 서방 동맹국들이 미·러 정상회담에 걱정스러운 시선을 던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싱크탱크 스트랫포의 유진 차우소프스키 선임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CNBC 인터뷰에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은 무척 상징적인 사건이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흐름을 이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요한 국제적 현안을 두고 미·러 정상이 이렇다 할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대부분 자잘한 합의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러시아의 경우 미국과 대화를 통해 2014년 크림반도 병합 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서방의 경제제재를 완화할 방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CNBC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화하는 동시에 러시아 정부에 대해서는 강경 입장을 드러냄으로써 외교 부문에서 거래의 달인이라는 명성을 보다 강화하려 할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