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 유가의 안정을 위해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에게 최대 하루 200만 배럴의 원유 증산을 요청했고, 살만 국왕도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는 트럼프와 살만 국왕이 전화로 관련 논의를 벌인 사실은 인정했지만 추가 증산 여부는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CNN머니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제 막 살만 사우디 국왕과 얘기를 나눴고, 그에게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혼란과 장애로 인한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최대 (하루) 200만 배럴의 원유 증산을 요청한다고 설명했다"며 "(원유) 가격이 높다! 그도 동의했다"고 썼다.
사우디 정부는 이날 국영 통신사인 SPA를 통해 낸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살만 국왕에게 전화했고, 두 정상이 원유시장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또 공급 부족분을 메워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사우디가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원유 증산에 나서기로 했는지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안 그래도 사우디는 최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에서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과 함께 7월부터 원유를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규모는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하루 100만 배럴 증산에 합의해 실제 공급 증가분은 약 60만~70만 배럴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사우디가 트럼프의 요청대로 하루 200만 배럴을 증산하면 국제유가가 더 오를 때 대응 능력이 바닥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사우디의 여유 생산능력이 하루 200만 배럴뿐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이 추가로 하루 100만 배럴의 여유가 있는 만큼 주요 산유국의 여유 생산능력은 하루 300만 배럴에 불과한 셈이다.
에너지 컨설팅업체인 PGE는 최신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기로 결정했다며, 여기에 베네수엘라의 생산난이 겹치면 이를 메울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PGE는 증산 규모가 하루 200만 배럴을 밑돌면 국제 원유시장이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며, 이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던 때와 같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6월 저점인 21일 배럴당 73.05달러에서 전날 79.44달러까지 9% 가까이 올랐다.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같은날 배럴당 74.15달러로 역시 2014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유가 안정을 강조하는 게 국내 정치용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름 휴가철에 늘어난 원유 수요와 대이란 제재 등의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유권자들로부터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