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주재할 예정이었던 ‘제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이하 규제회의)’가 회의 시작 2시간 전에 돌연 연기되면서 각 부처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규제 개혁 성과가 없다는 청와대의 메시지가 개인정보 활용 등의 규제 개선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각 정부부처는 전날 규제회의가 연기된 후 청와대와 국무조정실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전날 국무조정실은 규제회의 개최 2시간 전에 회의 연기를 결정했다. “규제 혁신 내용을 국민 눈높이에 맞춰 보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중 미흡하다고 지적받은 규제 중에 하나는 개인정보 규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회의 연기는 각 부처에 규제 개혁이 미흡하니 더 속도를 내라는 청와대의 강력한 메시지라고 본다”라며 “원격의료나 개인정보 활용 등은 관련 업계나 시민단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사안인데, 6.13 지방선거가 끝난 현재가 규제를 개혁하기 좋은 시기이기 때문에 제도 개선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활용 문제는 시민단체의 반대로 10년 넘게 규제 완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를 암호화한 비식별 정보를 산업에서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허용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등 주요 산업에서는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이다. 반면 정보 유출 등을 유려한 시민단체 등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실제 정부가 2016년 개인정보 비식별화 가이드라인을 통해 데이터 활용을 일부 허용했으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지난해 11월 가이드라인을 따라 데이터 사용에 나선 기관과 기업을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관장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직접 소관하는 법이 아니기 때문에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법 개정 없이 개인이 자신의 금융, 통신 정보를 내려받아서 직접 활용하거나 기업 등에게 제공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MyData)’ 제도 도입은 현 상황에서 과기정통부가 독자 진행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2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데이터 산업 활성화 전략’을 심의‧의결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행안부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의견도 개진하고 있는 중”이라며 “개인정보 활용은 가치 판단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국회를 넘어야 하는 등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에 현행법 내에서 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발굴해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