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28일 KDI(한국개발연구원)가 펴낸 '북한경제리뷰 6월호'에서 "우리의 기본입장은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는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압력 수단이므로 이를 존중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단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실시했던 당국 간 대규모 인도적 지원 방식은 북한 정권에 직접적인 도움이 돼 북한의 협상력을 높이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이었다"면서 "(이제는) 그와 다른 방식의 사업, 즉 국제사회로부터 북한 정권이 아닌 주민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사업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UN 산하기구의 대북지원 사업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국내 민간단체들의 활동도 장려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지원 사업과 관련해 지원 물자가 북으로 넘어갈 때 제재 규정에 위반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해 개별 단체들이 건별로 UN 제재위원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 사업 진행이 너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형수 한양대 교수는 "미국이 이번 첫 번째 북미정상회담에서 제재 완화나 해제 조치를 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다"면서 "마찬가지로 북한도 핵과 ICBM이라는 레버리지를 미국에 바로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당분간 제재는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시사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근 한미 양국은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조치들에 대해 회의적,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일부에서는 북한에 속고 있다는 극단적인 입장을 내놓기도 한다. 북한은 한미 양국이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중단한 것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어 "그렇게 된다면 그 조치 자체가 바로 남북 간 신뢰를 형성하는 하나의 단계가 될 것이고, 나아가 북한이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의견에 더 힘이 실릴 것"이라며 "앞으로 1~2주 이후에 북한이 내놓을 조치, 행동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북미정상회담 이후 전개될 향후 진행 사항을 차분한 태도로 지켜봐야 한다. 회담 결과로 불확실성이 감소해 경협을 재개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라며 "그렇다고 해서 비핵화가 물 건너가서 제재가 앞으로 영원히 해제되지 않을 것도 아니다. 어떻게 될지 추이를 보면서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가 20% 진행되면 불가역적인 상태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며 "첫 번째 좋은 시나리오는 회담 전에 이야기되었던 ‘프런트 로딩(front-loading, 초기 이행)’ 시나리오이다. 초기에 핵심적인 핵 능력 제거가 이루어지면 제재 완화도 빨리 성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대로 되지 않고 통상적인 프로세스로 진행된다면 제재 완화가 어려울 것이고 심지어 오랜 기간 완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요즘 올해 안에 제재가 풀려 경협이 재개될 수 있고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도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흔히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조금 더 검토해 봐야 할 문제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유사 사례로 이란의 핵협상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란의 핵협상은 2013년 3월에 시작되어 2년이 훨씬 넘은 2015년 7월에야 최종 타결에 이르렀다"면서 "중요한 점은 이란에 대한 제재는 협상 중에는 물론이고 협상이 타결된 시점에서도 해제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제재 해제는 최종 협정에서 규정한 조치들을 실제로 이란이 이행하고, 이를 IAEA가 검증한 뒤 비핵화 조치가 잘 이행되었다는 결과보고서가 발표된 뒤에야 이뤄졌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비교적 간단한 것이었으므로 비핵화와 검증까지 완료한 후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훨씬 방대하기 때문에 동일한 프로세스를 적용할 경우 제재가 충분히 해제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