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합산규제가 28일 종료되면서(일몰) 유료방송시장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유료방송 사업자 간 자유로운 경쟁 환경이 조성되면서 대형 인수합병(M&A)이 가속화 될 것이란 전망이 앞선다. 다만 국회는 제대로 된 논의없이 합산규제가 일몰됐다는 점을 근거로 추가적인 규제 법안 발의를 앞두고 있어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합산규제는 시장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 케이블TV(SO), 인터넷TV(IPTV), 위성방송사업자 등 특정 유료방송사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치로, 지난 2015년 6월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이는 사실상 유료방송 1위사업자인 KT를 겨냥한 법이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합산 점유율은 30.54%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합산규제 일몰을 기점으로 유료방송시장의 지각변동을 점치고 있다.
우선 KT군의 점유율 확장이 자유로워진다. 일몰 이후에도 IPTV와 SO의 점유율은 각각 유료방송 시장 3분의 1을 넘을 수 없지만,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는 시장점유율 규제 근거가 없어 가입자 수를 마음껏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규제의 족쇄에서 벗어난 KT군이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T 관계자는 “합산규제는 사업자간 경쟁을 과도하게 제한해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는 반시장적 규제였다”면서 “KT는 앞으로 더 혁신적인 상품·서비스로 유료방송 시장의 소비자 편익 제고에 앞장설 것”이라며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예고했다.
점유율 상한제가 풀리면서 이동통신사 주도의 인수합병(M&A)이 점화될 것이란 관측도 크다.
현재 시장 매물로 나와있는 딜라이브를 비롯해 사실상 모든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가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미 LG유플러스는 지난해부터 케이블TV 인수의향을 내비쳤고, 올 초 CJ헬로 인수 추진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2016년 CJ헬로 인수를 추진했다가 무산됐던 SK텔레콤도 잠재 구매자로 꼽힌다. 점유율 하락세가 뚜렷한 MSO 입장에서도 M&A를 통한 구조재편으로 유료방송시장 생존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유료방송시장의 경쟁 체제가 혼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료방송시장 M&A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사후 공정경쟁 관련 검증이나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나 부관(附款)이 준비돼 있지 않은 입법 미비 상태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면서 “현재 케이블TV는 모바일도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 상태이며, 독과점이 발생했을 때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외국의 사례처럼 공익성 심사 등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와 더불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합산규제가 수개월에 걸친 국회 공전으로 입법 미비점을 남겨둔 채 일몰됐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합산규제 법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안정상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유료방송시장 문제점을 직시하고 있는 국회가 합산규제 일몰에 대해 아무런 논의도 하지 못했다는 것에 무책임하다는 게 여야 공통된 의견”이라며 “2년 연장에 무게를 두고 새로운 합산규제 법안을 28일에 맞춰 발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법안이 발의가 되고 원 구성이 7월 17일까지 이뤄지면 이르면 7월 말에서 결산심사 이후인 8월 말에 논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케이블TV방송협회도 두 차례에 걸쳐 성명서를 발표하며 정부와 국회에 입법공백 장기화 해소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김성진 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합산규제는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탱해주던 법적 안전망”이라면서 “국회와 정부는 합산규제 일몰에 따른 입법 공백상태를 막기 위해 하루 빨리 대체 법안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KT 측은 “합산규제는 존속기한이 명시된 효력상실형 규제로, 재검토 대상이 아니다”며 합산규제 재논의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