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남극 해양미생물에서 찾아낸 신규 물질을 활용한 혈액보존제가 개발돼 혈액 장기보관 기술이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양수산부는 극지연구소가 남극 해양미생물에서 찾아낸 신규물질을 활용한 혈액 동결보존제 기술 상용화를 위해 27일 (주)알테로바이오텍과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이는 극지연구소 임정한 박사 연구팀은 해수부 ‘양극해 미래자원 탐사 및 활용기술 개발 사업’ 과제에 따른 성과다. 연구팀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2009년 건조)를 활용해 남극 로스해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대상으로 특성 연구를 진행해 왔다.
연구팀은 남극 로스해에 서식하는 해양미생물인 ‘슈도알테로모나스 종(Pseudoalteromonas sp. Strain CY01)’에서 얼음 성장 억제물질(항동결 바이오폴리머)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한 혈액 동결보존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혈액이 동결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얼음은 혈액 적혈구 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에 그간 의료현장에서 혈액 보관과 수급에 큰 장애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한 동결보존제는 동결 시 세포로부터 수분을 흡수해 얼음 성장을 억제하고 세포 생존능력을 유지시키게 된다.
극지연구소는 이번에 개발한 혈액 동결보존제를 활용해 6개월간 혈액 장기 냉동보관 실험에 성공함으로써, 냉장상태로 35일까지 가능했던 혈액 보관기간을 5배 이상 늘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혈액 폐기율이 크게 줄어들면서 2014년 기준으로 80%에 불과한 국내혈액 자급률 해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항동결바이오폴리머는 혈액 냉동보관에 사용되는 기존 물질인 글리세롤(Glycerol)에 비해 혈액 보존효과가 크고 처리과정도 상대적으로 간편하다. 해동 후 바로 수혈이 가능하고 남은 혈액은 다시 동결 후 사용할 수도 있다.
희귀혈액의 안정적 수급과 타인 혈액 수혈로 인한 감염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혈액 보관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술가치 평가기관에 따르면 전 세계 혈액 동결 보존제 시장 규모는 2023년까지 53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술 이전기업인 알테로바이오텍은 항동결바이오폴리머가 타 혈액 동결 보존제에 비해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전 세계 혈액 동결보존제 시장에서 10년 내에 40% 이상 시장 점유율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줄기세포 등 동물세포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동결바이오폴리머를 활용하면 줄기세포, 면역세포, 유전자 및 불임이나 난임 치료제 등 보관시장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은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은 남극 생물고유 특성을 의료기술에 활용한 것이라 의미가 있다”며 “기술이전과 상용화 지원을 통해 극지 생물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