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제협력사업이 한반도 경제성장의 단초가 될 수 있도록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 경협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계적인 접근을 통해 현실적인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위협이 사라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후속협상이 예상되며 북한의 비밀 핵프로그램 공개를 비롯해 검증, 사찰 등 핵심 의제가 논의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정부도 남북경협 사업에 대해 부처별로 사업분야를 발굴하는 모습이다. 특히 남북경협 관련 주식은 대외적인 발표와 정부 인사의 말 한마디에도 등락을 반복하는 실정이다.
재계도 들떠있기는 마찬가지다. 현대그룹은 지난 8일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개성공단 등 기존 사업의 재개를 준비중이다.
포스코는 광물자원 확보를 위한 사업안 마련에 분주하다. 액화석유가스(LPG) 분야 기업들도 북한에 LPG를 공급한 경험을 토대로, 관련 사업 재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남북경협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어 차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남북경협을 추진하려면 우선, 북한의 비핵화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 당장 1차적인 비핵화 과정만 해도 미국은 2년 반 정도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질적인 경협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필수조건인 국제통화기금(IMF) 가입만 해도 2~3년가량의 시일이 요구된다. 여기에 북한의 주변국인 중국·러시아·일본 등과의 사전 조율도 뒷받침돼야 한다.
국내에서는 남북경협 추진을 위한 컨트롤타워도 구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단순한 경제협력이 아닌, 정치외교적인 사안이 겹쳐 있어 정무적인 판단과 함께 경제협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구성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남·북경추위)를 재가동시킬 경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앞장서야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경협의 실체가 불확실하다는 게 이유이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경협이 활성화되기까지는 여러 변수와 장애물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뿐만 아니라,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한 조사 및 대처를 하는 데도 한순간에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남북경협에 대해 우리가 먼저 추진안을 내놨을 뿐, 북한의 구체적인 개발방향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북한의 생각을 듣고 논의된 내용을 정리한 이후, 단계적인 방안을 찾아 양측 사회 모두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갖고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