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꾸준히 구내염 약을 먹고 있는 달이가 오랜만에 진찰을 받으러 병원에 가는 날이다. 달이는 유난히 이동장을 싫어해서 그 안에 들어 있으면 발톱이 다칠 정도로 문을 긁는다. 대신 이동장 문을 빼꼼 열어주면 얌전해진다는 사실.
이동장 문만 살짝 열어주면 달이는 눈을 감고 손길을 느낄 정도로 평온해지기 때문에 다행히 병원을 오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는 편이다. 다행히 차도 별로 막히지 않아 금방 동물병원에 도착했다.
사실 구내염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거나, 급격히 좋아지거나 하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할 일은 없었다. 그보다 오늘 집사의 관심은 다른 데 있었다. 바로…… 달이의 체중 변화!
고양이인지 곰돌이인지 모를 동글동글한 몸집 덕분에, 주변 사람들이 집에 놀러오면 달이를 귀여워하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리곤 했다.
"보호소에 있었다며, 왜 이렇게 살이 쪘어?"
글쎄, 왜일까……(삐질). 보호소는 일단 사료를 대량으로 부어두고 자율 급식을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많이 먹는 아이는 누군가의 제제 없이 끊임없이 먹게 되어 있다.
그 탓인지 달이는 유난히 식탐이 많고, 특히 간식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캔을 꺼내는 소리만 나도 벌써 마음이 급해 야아아옹, 야아아아아옹 울며 두 발로 서서는 싱크대를 들여다보곤 했다.
사실 애초에 달이의 구내염이 그렇게 심각한 줄 몰랐던 것도, 달이가 워낙 잘 먹기 때문이었다. 구내염이 심한 아이들은 먹는 데에도 통증을 느껴 점점 살이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달이는 기본적으로 상당히 '거대'했다.
보호소에서도 밥을 거르는 일 없이, 먹는 것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아이였다고 했다.
덕분에 달이는 누구에게나 '꺄, 뚠냥이!('뚱'냥이 아닙니다, 아시죠?)' 소리를 듣는 처지가 되었다. 물론 뚱뚱한 고양이는 죄가 없다. 커진 만큼 더 귀여울 뿐.
하지만 비만은 기본적으로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달이를 처음 입양했을 때부터 체중 조절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 집은 세 마리 고양이의 밥그릇을 세 군데에 분산시켜 놓았는데, 달이는 항상 세 개의 밥그릇을 모두 돌아다니며 남은 사료를 싹싹 비우곤 했다.
달이의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일단 항상 밥그릇에 사료가 가득 들어 있는 자율 급식을 벗어나 집사가 그때그때 사료를 부어주는 제한 급식을 시작하기로 했다.
내가 하루 종일 집에서 일할 때가 많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었는데, 사료를 한 번에 많이 주지 않고 조금씩 자주 주는 방법을 택했다.
제이나 아리가 남긴 사료는 달이가 먹어치우기 때문에 남은 사료는 그때그때 치워주었다.
고양이의 다이어트는 운동보다는 식이가 포인트이고, 단기간에 하려고 하면 건강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 간식을 원하는 귀여운 눈동자를 가끔은 외면할 수 있는 강단도 필요하다.
그렇게 세 달 정도 지속한 결과 달이의 거대한 몸통이 조금은 줄어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과연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동물병원에서 정확한 체중을 재어 본 결과, 2월에 5.9kg였던 체중이 6월에는 5.2kg으로 줄었다. 사람으로 따지면 정말 미세한 수준이지만 고양이에게는 엄청난 변화가 아닌가!
고생한 달이를 칭찬하며 그날 저녁은 기념으로 맛있는 캔을 먹었다. 아리가 남긴 캔을 달이가 넘보는 것도 눈감아 주었다.
사실 달이의 성공적인 다이어트가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양심이 좀 따끔거린다. 나는 한밤중에도 야금야금 간식을 꺼내 먹으면서 달이의 식이를 제한한다는 게……. 집사의 다이어트가 365일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은 달이에게는 비밀로 해야 할 것 같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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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기자 ksy616@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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