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통신원] 현지어를 배우면 좋은 이유

2018-06-0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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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관 태국통신원]
 

태국에 살다보니 사업을 하거나 다른 일들로 장기체류하시는 분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어느 해인가 한국인이 운영하는 보석상점에 보석을 고르러 온 한인 여성분이 자신의 집에 전화를 걸어 현지인 가정부에게 무엇인가 저녁 상차림 관련한 지시를 현지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옆에서 들은 적이 있다.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극히 서투른 태국말로 전화기에 대고 이것저것 저녁 상차림 관련 지시를 하고 있었다. 이 아주머니는 전화를 끊자마자 “도대체 이것들은 촌에서 온 것들이라 표준어를 하면 당체 못알아 들어. 에이 참~”이라고 내뱉았다. 본인은 방콕에서 과외받아가며 표준 태국어를 배웠는데 사투리를 쓰는 시골 출신 태국인 가정부가 자신의 표준어를 통 못 알아듣는다는 불만이었다. 

대부분이 비영어권인 동남아에서 현지어라는 장벽에 맞닥트린 사람들 저마다의 대응태세도 다양하다. 

“내가 상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학력에 유학파들이라 영어로도 충분한데 뭐하러 현지어를 배우나?“라는 분들도 있고, “가라오케 술집을 자주 다녀서라도 어떻게든 일상회화 정도 대충 몇 마디는 배워야겠어. 그렇다하더라도 현지어 글자는 엄두가 안날 뿐 아니라 거기까지는 필요도 없지”라는 이도 있다.

“현지어를 아무리 잘한들 현지인들보다 더 잘할리는 만무하니 비즈니스할때 현지어로 상담하면 오히려 불리해. 친밀감이나 상호유대감 조성 같은 부분이야 아무래도 폭탄주가 최고지”라는 분들도 있다.

외국에서 생활하게 되는 경우 제일 먼저 봉착하는 문제 중 하나가 현지어인데, 개중에는 언어구사력 관련해서는 사관생도 출신이라 할 수 있는 현지어 전공자도 있고, 학원과 과외교습 등의 학습기관을 통해 배운 준사관 이라 일컬을 만한 사람들도 있다.

어떤이는 독학으로 현지인들과 어울려 어깨너머 현지어를 익힌 유격대 출신이라는 점이 다를 뿐, 결국은 외국생활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기는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비영어권 국가인 태국 같은 나라에 살아도 꼭 현지어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할 이유는 없을 수도 있다.

현지인이 자신의 말을 못 알아들으면 냅다 짜증을 내며, 마냥 “여기는 태국(This is Thailand !)’를 읇조리며 살아가는 것 역시 누군가의 또 하나의 선택일 수는 있다.

비영어권 국가에서 간단상례어 뿐만이 아닌, 문자를 익힌 레벨 이상의 현지어 습득이 갖는 중요성과 활용도에 대해 몇가지 짚어보자.

첫째, 현지 생활이 재미있어진다. 여지껏 자신이 재미없어 하는 분야에서 성공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그러니, 영어가 공용어가 아닌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에서 신남방정책의 전도사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재래시장이나 백화점 등의 마켓에서 피차간의 외국어 일수 밖에 없는 영어로 말하는 면구스러움 없이 살아가는 것이 기본일 뿐더러, 현지어를 통해 친밀성 있는 거래를 하다보면 현지생활에 일석이조의 재미와 자신감이 배가된다.

현지인 상인에게 전자계산기에 단가를 숫자로 찍어서 면전에 들이대 보여주며 흥정하는 삶에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둘째, 현지인들과 격이 없으면서도 진실된 유대관계를 형성하기가 쉬워진다. 세계 어디를 가도 자신에게 겉으로 잘 보이는 사람과 속으로 친할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있기 마련인데, 진실한 유대관계 구축의 첩경은 현지인의 모국어를 통한 자연스러운 대화다.

셋째, 언어란 의사소통 만이 아닌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전달해주는 도구로, 현지인 누구라도 본인들의 모국어로 이야기 해주는 경우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왠지 모를 호감을 가지게 됨과 더불어 문화와 관습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해줄 것이기에 보다 편한 마음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마련이다.

넷째, 그러한 로컬언어로 현지인과 격없이 쌓은 인맥은 일정수준이나마 외지에서 외국인이 관여할 수 있는 필드에서의 영역구분 제한점이 줄어들기 마련이고, 다양한 분야에 대해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다섯째, 현지정보 습득이 훨신 유리해진다. 현지 TV방송에 나오는 이야기를 전적으로 알아듣거나, 신문을 줄줄 읽어 내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도로변에 보이는 옥외광고탑에 대충 무슨 말이 써져 있는지, 자신에게 결재를 받아가며 회사돈을 타내가는 경비증빙 영수증에 씌어진 내용들이 대략 무슨 내용인지 정도는 이해하며 현지에서 살아가는 모습과, 그저 ‘흰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다’ 라고 여기며 살아가는 현지에서의 삶의 차이는 클수 밖에 없다.

여섯째, 낮말도 알아듣고 밤말도 알아듣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본인이 현지어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함께 근무하는 현지인들이 인식하고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때의 사무실내 현지인들의 근무태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경우, 면전에서 현지인이 비유법으로 자신에게 욕을 해대도 모르고 지낼 수도 있다.

일곱번째, 위급하고 급박한 경우 도움을 받아야 할 현지인이 자국어 밖에 할 줄 모를 때 자신이 현지어를 거의 모르면, 그건 배를 타고 가다 난파됐는데 수영을 할 줄 모르거나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것과 같은 상황에 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예전에는 특수외국어 학습교재가 전공자 위주로 출판된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해외여행 붐과 기업의 대외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언젠가부터는 오히려 일반인용 교재가 인터넷과 그외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만들어져 다양하게 출간되는 추세여서 비영어권 현지어 학습장벽도 예전처럼 높지 않으니 배울수 있는 기회와 여건은 다분히 성숙돼 있다.

동남아 국가를 향해 발을 내디딘 이상, 현지어 습득에 대해 노력을 경주하는 것은 진출 상대방 국가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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