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청의 갑질은 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옥을 둘러싸고 한 종교단체와 벌이는 행정처분에서 비롯한다. 햇수로 4년째를 맞는 두 단체 간 실랑이는 LH 사옥의 재건축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2015년 해당건물의 용도변경과 재건축을 위한 건축심의를 원주시청에 신청했을 당시만 해도 15개 관련 부서들은 법적 검토 결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허가신청이 진행된 지 4개월 만에 갑자기 원주시청의 태도가 돌변했다. 애초 필요 없다던 심의회의를 열겠다고 통보하는가 하면, 심의회의 명분을 위해 조례까지 개정하고, 그것도 부족해 해당 건물에 한해 소급적용까지 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원창묵 당시 원주시장이 이례적으로 개별 허가건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나왔고, 이를 두고 권력갑질이라는 후일담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이후 원주시청은 전형적인 공무원 갑질행정을 이어가며 무조건적인 수정과 보완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원주시청 건축과는 교통체증 문제를 빌미로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 문제는 주무부서인 교통행정과에서도 이미 ‘문제없다’고 결론이 난 상태다. “객관적인 근거도 없이 집요하게 교통문제를 물고 늘어지며 반복적으로 수정·보완을 요구하기에 운전 경력 5년 이상의 봉사자 2명을 사옥 주차장에, 1명을 사옥 정문 앞에 배치해 교회 차량을 통제해 교통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더니 ‘민간 자율로 배치하는 교통정리원에 대해 법적 근거를 대라’고 요구했다”고 교회 측은 울분을 토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경찰청 관계자 또한 “이들을 법률에서 규정하는 내용 자체가 없다”며 “민간 차원에서 교통정리하는 행위가 위험을 초래하거나 다른 법률을 위반한다면 모를까 교회나 아파트에서 자발적으로 교통정리를 하는 행위까지 규제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주시청이 이런 요구를 들이대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교회 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건설 전문가는 “법을 몰라서 그랬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고 그랬다면 민원인을 기만한 행위다. 어느 쪽이 됐든 갑질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교회 측은 “그동안 이런 말도 안 되는 요구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없는 법까지 들먹이는 건 결국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말 아닌가”라며 “교통문제에 민감해 건축허가를 불허하는 원주시인데, 원주시민 34만명이 이용하는 시청 출입구에 ‘법적 근거’를 지닌 교통정리원은커녕 왜 봉사자조차 없는지 의문이다. 부디 일관된 기준으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행정을 해주길 바랄 뿐이다”고 질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