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봄이온다·中](르포) 북·중 경협도시 단둥이 뜬다 "한중 물류 대동맥의 축"

2018-05-3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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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압록강 대교 개통땐 기업들 단둥신구로 이전

'동북3성 선전특구' 최대 수혜지

남북대화후 고층빌딩 건설도 활기

세관앞 줄지어 선 신의주행 트럭

김일성 배지 단 北 여성들도 눈길

단둥신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 공사장 전경. 현지인들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이후 단둥신구 주변의 건설현장은 부쩍 분주해졌다. [사진=배인선 기자]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시내에서 약 20㎞ 떨어진 곳에 위치한 단둥신구 신압록강대교 인근의 저상(浙商)빌딩 공사장. 지난 2016년 기공식이 열린 후 적막했던 이곳엔 다시금 중장비가 움직이고 인부들이 오가며 생기가 돌고 있었다. 공사장 관계자는 "내년 6월까지 주요 공사 작업을 마치고 2020년 정식 오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두 5억5000만 위안(약 925억원)을 투자해 건설되는 이곳은 단둥에서 100m 넘는 유일한 고층빌딩으로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예정이다. 

얼어붙었던 한반도 정세에 훈풍이 불면서 북·중 경제협력 상징도시인 단둥 경제가 다시금 활기를 띠고 있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신의주와 마주보고 있는 단둥은 중국 동북지역과 한반도를 잇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거점 도시다. 단둥은 육로를 통해 북·중 교역액의 70% 이상을 처리한다.

단둥 시내 대형 전광판에서 이달초 열린 시진핑·김정은 다롄 정상회담이 반복해서 방영되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북한 경제 개혁·개방이 단둥 경제에 실질적인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지 기대감을 반영하듯, 최근 취재진이 찾은 단둥시내 한 대형 전광판에서는 이달 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다롄 정상회담' 영상이 반복해서 상영되고 있었다. 

◆한·중 연결할 물류 대동맥의 축···가장 주목할 곳

"중국 동북3성의 선전특구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현지에서 만난 한 주민이 단둥의 경제 발전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한 말이다. 북한이 개혁·개방에 박차를 가하면 홍콩과 맞붙어있는 '개혁개방 1번지' 선전처럼 북한에 접한 단둥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란 의미다.

특히 단둥신구 지역은 2010년 북한이 새 경제특구로 지정한 황금평·위화도와 마주보고 있다. 이곳에선 그동안 북·중간 경제협력에 대비한 각종 사업이 추진됐다.
 

단둥신구에 지어진 신압록강대교 전경 [사진=배인선 기자]


드넓은 갯벌 위에 위용을 드러낸 신압록강대교가 대표적이다. 총 길이 2.04km, 너비 33m, 왕복 4차선의 거대한 다리는 이미 완공돼 개통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북한과의 교역을 더 활성화 하기 위해 총 20억 위안을 투자해 건설했다. 현재 신의주와 단둥을 연결하고 있는 중조우의교(구압록강대교)는 1943년 지어져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압록강대교 건설 당시 이곳엔 국경검문소, 검역통관시설도 함께 지어졌다. 이것만 개통되면 사실상 평양~신의주~단둥까지 고속도로가 뚫리는 셈이다.

북한이 개혁·개방만 하면 이 다리가 기존의 중조우의교를 대체하는 건 시간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신압록강 대교 개통 후 구시가지에 있던 물류 창고나 기업들이 일제히 이곳으로 옮겨오며 단둥신구는 새로운 대북 무역창구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성수 전 코트라 선양(瀋陽) 무역관장은 북한 개혁·개방시 최대 수혜지역은 단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가장 주목해야 할 도시가 단둥"이라며 "경의선이 연결되고, 선양까지 고속철로 연결돼 단둥을 통한 교역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단둥이 한국과 중국을 연결시키는 물류 대동맥의 축이 될 것이란 이야기다.

◆ 고삐 풀린 집값 "20~30채씩 현금 구매하기도"

북한발 호재에 단둥신구 집값도 고삐 풀린듯 치솟았다.  취재진이 찾아간 단둥신구 지역의 한 아파트 분양사무소에는 부동산 투자자들로 붐볐다. 압록강변이 훤히 내다보이는 전망 좋은 단지는 이미 남아있는 물량이 없었다. 

단둥신구 한 아파트 분양사무소에 몰려있는 부동산 투자자들. [사진=배인선 기자]


영업사원 신(辛)모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둥신구 신축주택 가격은 ㎡당 3000위안으로 구시가지 집값의 절반 수준이었다"며 "지금은 50% 넘게 뛰어서 ㎡당 7000~8000위안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로 베이징·상하이·저장·푸젠·광둥 등에서 온 외지인이나 조선족·한국인이 많다며 "한 번에 20~30채씩 현금을 주고 사가는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 4월 한달 단둥 신축주택 가격은 평균 2% 올라 중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도시로 꼽혔다.  이에 단둥시 정부는 지난 12일부터 외지인의 부동산 매입을 제한해 투기와의 전쟁을 시작했을 정도다.

8년 전 북한이 경제 건설을 강조하며 황금평·위화도를 새 경제특구로 지정했을 때 중국은 북·중 경협을 기대하며 단둥신구 개발에 나섰다. 완다 등과 같은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도 단둥신구로 몰려와 아파트를 지었다.

하지만 북한의 잇단 핵 실험으로 북·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이곳은 직격탄을 맞았다. 아파트 공사는 중단됐고, 이미 완공된 아파트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빈 집이 넘쳐났다. 그렇게 이곳은 유령도시로 변했다. 

단둥시 전체 경제도 활력을 잃었다. 통계국에 따르면 단둥 총생산액(GDP)은 2015년 984억 위안에서 지난해 793억 위안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인구도 238만명에서 235만명으로 줄었다.

◆세관 앞 100m 줄 지은 화물차….살아나는 북·중 교역
 

물자를 가득 실은 트럭이 중조우의교를 건너 북한 신의주를 향해 가고 있다. [사진=유세웅 기자]


침체됐던 북·중간 교역도 최근 들어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듯 보였다.

지난 14일 아침 찾은 단둥 커우안(口岸, 세관이 있는 국경통과지점) 밖 도로. 비료포대·타이어 등을 잔뜩 실은 대형 트럭들이 100m 가까이 줄지어 서 있었다. 중조우의교를 건너 신의주로 넘어가려는 차량들이다.  도로가 복잡해지자 세관 관계자가 직접 문 앞에서 수신호로 교통정리를 할 정도였다.

다만 세관 관계자는 "예전보다 늘긴 했지만 항상 이렇게 화물차들이 많은 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북제재 이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400~500대 남짓 화물차가 오가며 세관 하역장을 꽉 채웠다. 
 

커우안 뒤편에 위치한 출입국 검문소에서 북한 무역상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사진=유세웅 기자]


뒤편의 출입국 검문소에는 신의주에서 건너온 승합차나 소형버스가 멈춰섰다. ‘김일성 배지’를 단 북한 사람들이 내렸다. 예닐곱명씩 무리를 지어 서 있는 이들은 생김새로 보아 북한 무역상이거나 중국에 노동자로 파견된 젊은 여성들로 보였다.

이들 중 한 무리를 따라가봤다. 그들이 향한 곳은 압록강변 뒷길에 위치한 한 현지 중저가 호텔 체인이었다. 그 옆에 나란히 붙어있는 중국 유명 브랜드 커피숍에 들어가보니 종업원 대부분이 미모의 북한 젊은 여성이었다.

커피숍 주인은 “중국이 자본을 대고 북한이 노동자를 공급하는 북·중 합작 방식으로 운영하는 곳”이라며 “(단둥 평양고려관, 류경식당과 달리) 한국인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한 노동자들은 여전히 단둥 현지 식당에서 근무하며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었다.
 

북한 여행을 마친 중국 단체 관광객이 버스를 타고 중조우의교를 건너 단둥으로 돌아오고 있다. [사진=유세웅 기자]


최근 들어 단둥시 관광업계도 활력이 넘쳐 보였다. 북한을 여행하려는 중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늘어나면서다. 평양, 신의주, 묘향산 등 북한을 여행하는 중국인이 거치는 도시 중 하나가 단둥이기 때문이다. 

단둥역 근처에선 여행사 직원들의 북한 관광 호객행위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들은 “여권 없이 신분증만 있으면 북한 신의주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다”며 관광객을 유인했다.  여행사에 따르면 신의주 당일치기 관광상품 가격이 약 750위안(약 12만6000원)이다. 3박4일짜리 평양 관광상품은 여권이 필요하다. 가격은 2000~2500위안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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