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중 접경지역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현지에서 만난 대북 가공무역업자 왕모 사장. 그는 북한의 싼 인건비를 활용해 의류, 자수 등을 가공한 후 다시 중국으로 수입해 오는 사업을 하고 있다. 한때 왕성하게 사업을 벌였지만 대북 제재 속 지금은 많이 위축됐다고 그는 토로했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 정세 완화 속에 평양을 방문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고 그는 말했다. 북한 측 사업파트너와 비즈니스 사업 재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북한이 경제 건설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왕 사장처럼 대북 제재가 풀려 북한 시장이 개방되기만을 기다리는 중국 내 무역업자가 많다. 일부는 대북 제재가 풀릴 것에 대비해 재고를 미리 확보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북·중 정부 간에도 경제 협력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모양새다. 북한 노동당 우호 참관단이 ‘중국 배우기’를 위해 지난 14일부터 10박 11일간 방중하고, 랴오닝성과 북한 평안북도가 상호 교류·협력을 논의한 게 대표적이다.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미국 등이 북한 투자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동안 북한과 거래를 독점하다시피 한 중국으로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적어도 북한 비핵화 문제가 순조롭게 진전됐을 때 북·중 간 어떤 경제 협력을 전개할지 예비 탐색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세밀함의 정도에 있어서는 우리보다 더 잘 준비된 것 같다”며 “일단 북한 개혁·개방이 시작만 되면 우리보다 중국이 더 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