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봄이온다·中] 준비된 중국…북한 개혁개방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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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무역업자, 대북제재 풀릴 것 대비 재고 확보

단둥 무역업자들, 북한 방문도 늘어

지난 13일 중국 단둥시내 북·중 무역상들이 몰려 있는 가오리제(高麗街·고려거리) 입구. 주말임에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배인선 기자]


최근 북·중 접경지역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현지에서 만난 대북 가공무역업자 왕모 사장. 그는 북한의 싼 인건비를 활용해 의류, 자수 등을 가공한 후 다시 중국으로 수입해 오는 사업을 하고 있다. 한때 왕성하게 사업을 벌였지만 대북 제재 속 지금은 많이 위축됐다고 그는 토로했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 정세 완화 속에 평양을 방문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고 그는 말했다. 북한 측 사업파트너와 비즈니스 사업 재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북한이 경제 건설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왕 사장처럼 대북 제재가 풀려 북한 시장이 개방되기만을 기다리는 중국 내 무역업자가 많다. 일부는 대북 제재가 풀릴 것에 대비해 재고를 미리 확보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 대북 무역업자는 “대북 제재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게 단둥 기업인”이라며 “광물·석탄·수산물 등 교역이 끊기면서 무역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북 제재로 피해를 입은 건 정부가 아닌 일반 서민들”이라며 북·미 간 협상으로 대북 제재가 하루 빨리 풀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단둥 커우안 세관 인근에 몰려 있는 북·중 무역업체들. [사진=배인선 기자]


북·중 정부 간에도 경제 협력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모양새다. 북한 노동당 우호 참관단이 ‘중국 배우기’를 위해 지난 14일부터 10박 11일간 방중하고, 랴오닝성과 북한 평안북도가 상호 교류·협력을 논의한 게 대표적이다.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미국 등이 북한 투자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동안 북한과 거래를 독점하다시피 한 중국으로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7~8일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 합의가 이뤄지면 중국이 미국보다 먼저 대규모 지원을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앞서 일본 언론들은 전한 바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적어도 북한 비핵화 문제가 순조롭게 진전됐을 때 북·중 간 어떤 경제 협력을 전개할지 예비 탐색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세밀함의 정도에 있어서는 우리보다 더 잘 준비된 것 같다”며 “일단 북한 개혁·개방이 시작만 되면 우리보다 중국이 더 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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