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방한, '신남방정책 이정표' 되길”

2018-05-3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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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만 주 필리핀 대한민국 대사


필리핀의 보라카이, 세부 등 아름다운 해변은 우리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대부분 필리핀에서 수입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필리핀은 아세안 회원국 중 최초로 우리나라와 외교관계를 맺었고, 한국전에 파병한 혈맹이다.
1970년대 우리나라에 기술자를 보내 체육관 건설 등을 지원한 필리핀은 이후 오랜 경제침체를 겪었다. 그러나 지난해 6.7%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아시아의 ‘도약하는 호랑이’로 변모하고 있다.

작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마닐라에서 아세안과의 관계를 4강 수준으로 격상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우리의 우방국이자, 고성장하는 필리핀의 중요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오는 6월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한은 양국관계뿐 아니라 △상생번영(Prosperity) △사람(People) △평화(Peace) 증진을 목표로 하는 우리의 '신남방정책' 추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이번 방한은 교역·투자·인프라 등 경제분야 협력을 통한 상생번영을 촉진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짓고, 짓고, 짓자(Build-Build-Build)’를 표어로 필리핀의 낙후된 인프라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프라의 황금기’로 표현될 정도로 2022년까지 1800억 달러라는 대규모 금액이 인프라에 투자될 계획이며, 우리나라와의 협력을 절실하게 희망하고 있다.

우리 기업은 발전·조선·도로·공항 등 다양한 필리핀 인프라 건설에 참여,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정부도 △팡일만 교량 사업(1억 달러) △세부 신항만 사업(1억7000달러) 등 유상원조를 통해 우리 기업의 대규모 인프라 사업 수주를 지원하고 있다.

또 지난 4일 카예타노 필리핀 외교장관과 10억 달러의 유상원조를 지원하는 약정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인프라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세안 시장의 관문으로서 필리핀 시장의 매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인구 1억명, 평균연령 23세의 유망 시장인 필리핀에 교역 및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빼어난 자연환경과 풍부한 천연자원, 영어를 구사하는 두꺼운 청년층 등이 필리핀의 장점이다.

지난 3월 미국 교육 전문 매체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 and World Report)'지가 필리핀을 가장 유망한 투자대상국으로 선정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필리핀과 교역·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작년 양국 교역은 30% 이상 증가, 143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자·에너지·방산·레저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도 활발하다.

향후 신남방정책의 중점 협력분야인 친환경산업, 스마트시티 등으로 협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양국 간 인적 교류도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4월 마닐라에서 열린 아이돌그룹 엑소의 공연은 1만석 전석이 매진됐고,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도깨비’의 시청률은 17%를 기록하는 등 한국 드라마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또 많은 필리핀 국민이 한국을 가장 방문하고 싶은 나라로 꼽는다. 실제 지난해 45만명의 필리핀 국민이 한국을 방문했다.

우리 관광객도 작년 161만명이 필리핀을 방문, 외국관광객 규모에서 수년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런 인적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우리 국민의 안전을 강화하고, 양국의 청년 교류 및 취업 증진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한은 특히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은 북한문제와 관련, 지난해 아세안 국가들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지지토록 하는 데 앞장서 왔다.

필리핀은 역사적인 4·27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어려운 시기에 필리핀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이제는 우리가 필리핀을 도와 양국관계를 한층 발전시킬 때다.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후 첫 방한을 통해 우리나라와 필리핀, 나아가 아세안과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키는 새로운 이정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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