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바구니에 담긴 아기 고양이를 정성껏 핥아주고 배변도 처리해준다. 어미 고양이라고 당연히 생각하게 되지만 실은 아기 고양이들의 어미가 아니다.
어미를 잃은 갓난 아기 고양이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고양이가 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담. 담이 역시 2015년 10월 태어난지 생후 이틀째 눈도 뜨지 못한 상태로 형제자매 다섯과 함께 경기도 안산에 사는 지후 씨의 집에 왔다.
어렸을 적의 담이 |
그런데 이튿날인 생후 3일차부터 보모의 자질을 보여주기 시작했단다. 그날 버려진 아기 고양이 두 마리가 들어왔는데 담이는 숨을 몰아쉬면서 죽어가는 두 녀석을 꼭 껴안아 줬단다. 안타깝게도 꼬물이 두 마리는 그날 별이 됐다.
다음해부터 담이는 보모로 본격 활동하기 시작했다. 형제들은 입양을 가고, 담이는 남았는데 첫 아기 고양이들은 용인과 성남에서 온 다섯 꼬물이들이었다.
담이 나이 5개월. 막내로 사랑 독차지할 때라 엄청 샘을 내고 미워할 줄 알았는데 열심히 핥아주고, 곁도 내줬다.
어느날 아침에 보니 전날 한쪽에 개켜둔 극세사 담요를 다섯 꼬물이들이 깔고 있었다. 담이가 끌어다 준 것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한창 설사에 오줌 못가릴 때인 녀석들을 위해 배변패드를 깔아줬던 지후 씨. 담이의 행동을 보고선 하루에 몇번씩 세탁기를 돌리더라도 배변패드 대신 극세사 이불을 깔아주게 됐단다.
ⓒ노트펫 |
다음 아기 고양이들은 2개월 뒤 찾아왔다. 두 녀석이었는데 담이가 어찌나 지극정성으로 핥아 주던지 지후 씨 남편은 '담이 혓바닥 다 까지겠다'는 농담을 건넬 정도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녀석은 몇달 뒤 복막염으로 별이 됐다. 아플 것을 알고 그렇게 돌봤는지 마음이 짠했다.
인사나 하라고 곁에 둔 이미 죽은 고양이를 한참을 안고 그루밍해주는 담이의 모습에 먹먹할 따름이었다.
담이가 보모 역할에 힘들어하는 때도 있었다. 지난해 8월 잘 따르던 보라라는 이름의 아기 고양이가 복막염에 걸려 저세상으로 갔다. 담이는 보라를 보내고 나서 한동안 다른 고양이들을 돌보지 못했다. 아마 상처를 입은 듯했다.
그뒤론 아기 고양이가 확실히 건강해진 뒤에라야 돌봐줬다.
지후 씨는 "담이는 애써 키운 아이들이 어느 순간 가족을 찾아 떠나가고, 손쓸 틈도 없이 죽어가는 것을 우리 모두와 함께 겪었다"며 "아가들을 보면 늘 돌봐주지만 아마 그만큼 상처도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담이가 지금껏 돌본 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들은 8차례에 걸쳐 총 17마리에 달한단다. 아기 고양이들 돌보는데 천부적인 자질을 가진 담이. 지후 씨는 그럼 담이가 늘 고맙단다.
카이와 누리도 얼마 전부터 아기 고양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두 녀석도 담이가 돌봐 키운 녀석들이다. |
지후 씨는 "얼마 전부터 카이와 누리 고양이 두 녀석이 아기 고양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며 "담이도 힘을 많이 덜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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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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