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임시 주주총회를 결국 취소했다. 주총까지 불과 1주일여 앞두고 취소 결정을 한 것을 두고 업계의 의견도 분분하다.
현대모비스는 21일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임시 이사회를 열고 오는 29일로 예정했던 임시 주총을 취소하기로 의결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투자·핵심부품 사업과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하고,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했다. 이와 관련해 오는 29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현대해상화재보험 대강당에서 임시 주총을 열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간 분할·합병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었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모비스 지분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30.17%(기아차 16.88%, 정몽구 회장 6.96%, 현대제철 5.66%, 현대글로비스 0.67%)다. 이와 달리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은 47.7%다. 현대모비스 지분 9.8%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찬성표가 절실한 상황에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반대 의견을 내 국민연금도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취소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분할합병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발행주식수 3분의1 참석과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2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예정대로 29일에 모비스 주총이 열렸을 경우, 약 70%의 주주가 참석한다고 가정했을 때, 46.7%의 찬성표를 받아야 했다. 표 대결이 불가피 했던 것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최근까지 우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 상황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분할·합병안 승인에 대해서 자신이 없어서 연기된 것 같다. 혹여 국민연금의 반대 입장이라도 나오고 난 이후 연기한다면 모양새가 더욱 안 좋아진다"며 "(분할·합병안 통과에 대한)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재추진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 등을 일부 조정하는 쪽으로 안건을 변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추가 자사주 소각 및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 방안이 나올 것이란 예상도 내놓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순환출자고리 해소 등을 위한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시장의 반발에 직면함에 따라 시장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