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청년주택 주민반발의 이면

2018-05-02 14:35
  • 글자크기 설정

님비로만 매도해선 안돼...임대소득자에 대한 정책도 필요


“‘청년행복주택’이 아니라 ‘청년불행주택’이다.”

지난달 26일 용산구 한강로2가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신축 공사 현장을 방문한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 같이 말하며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였다.
이날 안 후보가 찾아간 청년주택은 지하철 6호선 삼각지역 인근에 들어서는 아파트로, 박 시장이 청년주택 사업을 발표한 이후 처음으로 공사를 시작한 곳이다. 전체 1086가구 규모로 공공임대 323가구, 민간임대 763가구로 구성됐다. 

한강로2가 청년주택은 2016년 9월 시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이후 6개월 만에 사업계획이 승인되는 등 순항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시에서 청년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한 지난해에는 고가 임대료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서울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마포구 서교동에 들어서는 전용면적 37㎡ 청년주택의 월임대료는 80만원을 넘는다.

반면 올 하반기 첫 입주를 앞두고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청년주택 때문에 인근 임대료 시세가 떨어진다는 상반된 이유에서다.

영등포구 당산동과 강동구 성내동 등에선 청년주택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단체를 만들어 시에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님비(NIMBY, 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물론 임대주택을 ‘빈민 아파트’라고 부르는 이들의 모습은 당장 청년들이 주거 문제에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노년과 관련된 우리 시대의 우울한 단상이 있다. 이렇다 할 일자리와 소득이 없이 월세 수입에 의존해 살아가는 중산층들에겐 청년주택이 임대소득을 떨어뜨리는 악재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들을 위한 정책이 함께 마련돼야 청년주택 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

물론 노년의 소득을 늘리기 위한 정책이 이미 있기는 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노년층이 소유한 주택을 매입해 청년이나 신혼부부에게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연금형 매입임대’ 상품을 내놨다. 계약자는 LH에 주택을 매각한 뒤 매각 대금을 연금으로 나눠 받는다.

서울 일부 자치구에서는 중장년층이 소유한 아파트에 대학생이 시세의 50% 정도의 임대료를 내고 들어가 함께 사는 ‘공유 주거’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주택 인근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려면 그들에 대한 직접적인 혜택도 고려해야할 필요가 있다.   

당선되면 서울시의 주택 정책을 끌고갈 여야의 시장 후보들이 이 같은 청년주택 정책의 이면을 읽기를 바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