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따지자면 할 말이 많겠지만, 지금은 미래를 바라볼 때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 주최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 간 만찬에 참석한 뒤 밝힌 소회다. 남·북 경제협력 재개 등에 대한 재계의 기대감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박 회장은 재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만찬에 참석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앞으로 경협과 교류가 가능해지는 시기가 오면 정말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함께 번영하는 길을 가도록 모두가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그때가 올 때까지 많이 생각하고 연구하고 토론도 해서 제대로 경협을 전개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 마음이 바쁘다”라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국제상업회의소(ICC)를 매개로 북한 조선상업회의소와 직·간접 접촉을 했다. 실제 대한상의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경협에 큰 방향을 잡는데 있어 경제계 창구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회장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미래를 위한 정말 큰 디딤돌을 놓았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되는 걸 그리 오랫동안 힘들게 지내왔나 싶기도 하다”면서 “과거를 따지자면 할 말이 많겠지만 지금은 미래를 바라볼 때”라고 설명했다.·
◆재계 한달 앞둔 북·미 정상회담 주목... "남북 경협 미래 좌우할 것"
박 회장의 말처럼 재계도 남·북 관계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북·미 정상회담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회담 결과에 따라 남·북 경협이 빠르게 진전되거나, 제자리걸음에 그칠 수도 있어서다. 본격적인 경협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북·미 회담에서 ‘비핵화’ 논의가 선결되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가 해제 혹은 완화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발표된 남북공동 선언문에는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추진키로 했다"고 명시됐다.
10.4 선언에서 합의한 사업은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 △개성공업지구 2단계 개발 △문산-봉동 간 철도화물수송 △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이다. 이와 함께 남북 접경지역 개발과 남북한 교통연결 등 기반 산업 조성 등 다양한 측면의 협력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시장의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따져보곤 있지만 실질적인 계획을 수립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가 완화되지 않으면 일련의 투자나 합작사업이 불가능하다. 이번 선언은 향후 경협의 '가능성'을 열어뒀을 뿐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판단이다.
안보리는 그동안 2006년 1718호 등 총 10차례에 걸쳐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했다. 특히 지난해 9월 11일 결의된 2375호에는 북한과의 모든 합작·협력 사업을 설립, 관리,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이 결의가 유지되는 한 남북경협사업을 추진 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남북 관계 개선으로 북한에서 투자 및 신규사업 전개에 대한 희망이 커진다”며 “그러나 실질적인 대북 제재를 해소할 수 있는 미국 등과의 교섭에 따라 사업의 실제 성사 가능성이 결정되는 만큼 북·미 회담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아직 관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