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장정숙·이상돈 의원. 당적은 바른미래당이지만 활동은 민주평화당에서 하고 있는 이들을 정치권에서는 ‘비례대표 3인방’이라 부른다. 이들은 명함에도 소속 정당을 표시하지 않고 활동 중이다.
바른미래당은 이들에게 “신념이 다르면 탈당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비례대표 의원이 소속 정당을 이탈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때문에 비례대표 3인방은 탈당이 아닌 출당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 비례대표 3인 “우리는 평화당 의원”
박·장·이 의원은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 보장을 위한 토론회’를 공동으로 주최하고 비례대표 의원 선택권에 대해 논의했다.
박 의원은 “평화당의 박주현 의원”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뒤 “바른미래당 박주현으로 소개되는 것이 너무 싫어서 요즘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군산 문제 해결 등을 위해서만 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박주선·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이렇게까지 출당을 안 해주고 버틸 줄은 상상도 못했다”라며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우리 보고 조금만 잠잠해 있으면 해결될 일이니 너무 공격하지 말아달라는 식의 이야기도 해서 순진하게 기다렸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런데 (우리보고) 이중 당적으로 법 위반 행위를 하고 있다고 하는 등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다”며 “이제 정면으로 이 문제를 다뤄 나갈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헌법소원 제기 등을 심각하게 검토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북 군산 출신의 박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3번으로 국민의당 의원에 당선됐다. 당내에서 ‘천정배계’로 분류되며 ‘반안철수’ 세력이었다. 국민의당 최고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 합당 당시 강력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곤 했다. 현재 박 의원은 평화당 GM군산공장폐쇄특별대책위원회 간사로 활동 중이다.
장 의원은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는 단순히 한 개인(안철수)에 대한 지지가 아니었다”면서 “국민의당이 가지고 있는 비전과 가치를 보고 국민들은 투표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 개인의 정치적 성향만 고려했다면 조용히 (바른미래당으로) 따라가는 게 맞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국민이 뽑아준 취지에 맞게 국민의당 정체성을 지키려 했고, 그래서 국민의당지킴이 운동본부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 정체성을 이어가는 것은 분명히 평화당이다. 지금도 정치적 소신을 지키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이미 안철수 사당화된 바른미래당에서 인질 대하듯이 붙잡아놓고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20대 국회 유일의 성악과 출신인 장 의원은 비례대표 11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예술계를 대표해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국민의당에서 김동철 원내대표 비서실장과 원내대변인을 맡았었다. 박 의원과 마찬가지로 ’천정배계’로 꼽힌다. 현재는 평화당에서 대변인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 의원은 한국의 정치 문화 전반을 지적하며 공직선거법 조항을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정당에 대해 기본적인 제도가 부정적이고 적대적”이라며 “1970~1980년대 당시 온갖 정당이 이합집산하고 인위적으로 정당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의원 20명 이상인 교섭단체에 국고보조금을 주는 나라는 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당에 대한 우리나라 법과 극단적인 정치 문화 때문에 의원을 정당에 예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비례 4번으로 국민의당 의원에 당선됐으나 대표적인 ’반안철수’계였다. 공공연하게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를 비판했다.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했고, 박근혜 대선후보의 정치쇄신특별위원을 맡았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후 그에게서 돌아섰다. 이 의원은 평화당에서 정책연구위원장을 맡았다.
◆ 공직선거법은 위헌…비례대표 선택권 제한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헌법학자들은 현행 공직선거법 제192조 제4항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당초 공직선거법 제192조의 취지는 당적을 마음대로 바꾸는 ‘철새 정치인’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헌법은 국회의원 지위와 관련해서 자유위임 원칙을 밝히고 있다. 직무상 행위와 관련해서는 유권자는 물론 소속 정당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원칙”이라며 “지역구에서 선출되느냐 또는 비례대표로 당선되느냐에 따라 차별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직선거법에서 의원직 취득 방법에 따라 당적 변경 시 의원직 상실 여부를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것은 헌법적 근거가 없어서 그 자체로 위헌”이라며 “헌법 합치적으로 해석한다고 해도 ‘합당, 해산 또는 제명’ 등 비자발적 사유에 기인할 때는 의원직 유지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부합한다”고 말했다.
홍승태 민주평화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입법권 발동, 헌법소원 제기 등 2가지가 있다”라며 “국회가 직접 나서면 되지만 거대 양당의 기득권 구조 등으로 볼 때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 홍 부원장은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당연히 위헌 판결이 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그렇지 않다”라며 “삼권 분립 명분 속에서 타기관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는 사법적 태도를 볼 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정무적 차원의 문제를 입법부가 헌법소원을 신청하는 문제는 꼭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결국에는 결자해지가 필요하다”라며 “당사자가 문제를 풀어주는 게 맞다. 그게 국민에 대한 예의이다. 이 문제를 두고 안 예비후보는 두고두고 국민적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