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와이키키' 이이경 "최다니엘, 정신적 멘토…전 아직 멀었죠"

2018-04-23 17:35
  • 글자크기 설정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준기 역을 맡은 배우 이이경[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준기는 무명배우다. 유명배우인 아버지의 후광 없이 떳떳하게 성공하고 싶은 그는 경제적인 지원도 거부하고 아르바이트에 뛰어들며 배우로서 자존심을 지키려 한다. 작은 역이라도 따내기 위해 제모며 특수 분장까지 서슴지 않는 열혈 배우 준기는 단역에서 조연, 조연에서 주연으로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인물이다. 그런데 어쩐지 준기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그를 연기해낸 배우 이이경(30) 역시 준기와 같은 열혈 배우기 때문.

지난 17일 종영한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극본 김기호 송지은 송미소·연출 이창민)는 영화감독을 꿈꾸는 불운의 아이콘 동구(김정현 분), 똘기 충만 생계형 배우 준기(이이경 분), 반백수 프리랜서 작가 두식(손승원 분)이 게스트하우스 ‘와이키키’를 운영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드라마다. 세 청춘이 망해가는 게스트하우스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코믹하게 그려졌다.

“준기에게 마음이 많이 갔어요. 저와도 많이 닮아있었거든요. 저도 가족들의 지원을 받지 않고 홀로서기 한 지 13년이 되었고 먹고 살기 위해서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어린이극 아르바이트부터 CM 아르바이트까지 안 해본 게 없거든요. 그런 점들이 준기와 닮아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이이경은 생계형 배우 이준기를 연기했다. 유명 배우의 아들인 그는 아버지의 도움 없이 배우로서 성공하기 위해 분투한다. 연기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고 탄탄한 연기력과 진심 어린 모습으로 선배들과 감독, 작가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물이다.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준기 역을 맡은 배우 이이경[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디션을 보고 ‘으라차차 와이키키’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처음엔 제가 준기를 맡게 될 줄 몰랐어요. 동구의 대본으로 오디션을 봤거든요.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헤어진 여자친구를 맞닥뜨려서 급한 볼일을 참는 연기를 했는데 나중에 감독님께서 ‘넌 처음 들어올 때부터 준기였다’고 하시더라고요. 하하하. 감독님께서 그날 제 의상부터 분위기까지 꼭 짚어가면서 기억해주셔서 감동이었어요. 그게 저와 준기의 첫 만남이죠.”

그야말로 딱 준기였다. 찰떡같은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소화한 것도 이유지만 이이경의 행보 또한 준기와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학교2013’로 연기 데뷔해 ‘하녀들’, 초인시대‘, ’마녀보감‘, 영화 ’해적‘, ’공조‘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가리지 않고 차곡차곡 필모그래피(작품 목록)을 쌓아온 그는 ’고백부부‘ 고독재 역을 통해 코미디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느리지만 확실히 성장 행보를 밟아온 그는 최근 예능프로그램 ’이불밖은 위험해‘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대세 배우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대세 배우요? 하하하. 잘 모르겠어요. 저는 하루하루가 똑같거든요. 오히려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만난 뒤, 긴장감을 더 유지하려고 해요. 예전에는 하고 싶어도 못하던 것들인데…. 예능이든 독립영화든 연극이든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경계하는 것 같아요. 그런 ‘변화’는 곧 연기로 드러나거든요.”

더욱더 단단해졌다는 인상이었다. 과거 열심히 달리기만 했던 이이경과는 달리, 쏟아지는 관심과 인기에도 침착한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던 참이었다. “이전보다 더 안정적으로 느껴진다”고 말을 건네자, 이이경은 “예전에는 마냥 조급했었던 것 같다”며 진중하게 답을 이어갔다.

“항상 마음이 조급하고 불안했었어요. 한 번은 최다니엘 선배에게 ‘선배님은 저처럼 불안할 일이 없지 않냐’고 말한 적이 있어요. 부러운 마음에 그랬던 것 같아요. ‘대본도 다 들어오고, 잘 하는 연기를 준비하고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랬더니 선배님이 ‘나도 아직 불안해. 그건 대배우인 최민식, 송강호 선배도 마찬가지일 거야. 연기자가 어떻게 안 그러겠냐’고 하시더라고요. 매번 다른 것을 맞이해야 한다면서.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조급함이나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준기 역을 맡은 배우 이이경[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이경의 마음에 평화를 찾아준 최다니엘은 그의 정신적 멘토기도 하다고.

“함께 촬영하면서 느낀 건, 정말 열심히 하신다는 점이에요. 함께 대본 연습을 하고 산책을 하다 보면 갑자기 선배님이 보도블록에 앉아서 대본에 막 뭘 적어요. 캐릭터 생각이 나신다는 거예요. 그런 걸 보니까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나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선배들에게서 영감을 얻는 이이경은 극 중 배우라는 특성상, 많은 ‘선배’ 배우와 호흡을 맞춰야 했다. 배우고, 익혀가기에 더할 나위 없는 찬스이기도 했다.

“영화 ‘아기와 나’를 찍을 때, 내내 도일이 사라진 아내를 찾아다니거든요. 매일 다른 배우를 만나는 일정이었어요. 그때 (마음이)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는데 ‘으라차차 와이키키’가 딱 그랬어요. 설레다가도 누를 끼칠까 두렵고, 두렵다가도 함께 호흡을 맞추면 마음이 안정되더라고요. 사실 겁을 진짜 많이 먹었었는데요. 만나고 보니 모두 좋은 분들이셨어요. 이덕화 선배님은 대사도 막 추가하시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이경은 MBC 드라마 ‘고백부부’ 고독재 역을 통해 코미디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그 흐름은 ‘으라차차 와이키키’로, 예능프로그램 ‘이불밖은 위험해’로 이어졌다. 이이경은 “길에서 만나는 분마다, 그렇게 ‘가즈아’를 외친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극 중 캐릭터처럼 재밌고, 웃긴 모습을 원하시는데 제가 그렇게 재밌는 사람은 아니라서….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추억을 만들어드리려고 노력해요. 한 번은 ‘이불밖은 위험해’를 찍는데, 지나가시던 분이 저를 보고 깜짝 놀라시는 거예요. ‘으라차차 하이킥에 나오는 이이 씨 아니세요?’라고 했어요. 모두 틀렸지만…. 하하하! 그분께서 저를 보고 너무 좋아하고 행복해하시는 모습에 괜히 뿌듯해지더라고요. 함께 사진도 찍고 ‘가즈아!’도 외쳤어요.”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준기 역을 맡은 배우 이이경[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극 중 준기의 유행어인 ‘가즈아’는 DC 가상화폐 비트코인 갤러리에서 시작되었다고. 이미 온라인을 휩쓴 유행어였지만 이이경을 통해 새로움을 얻게 됐다.

“대사가 ‘가즈아’로 쓰여 있었는데 우리끼리 여러 가지 버전을 만들었어요. 그냥 짧게 ‘가자!’부터 ‘가즈아!’까지 장난치면서 (톤을) 만들었죠. 리딩할 때도 다들 재밌어했는데, 코미디는 반복이니까 살리려고 많이 노력했죠. 두식이랑 하도 외쳐서 목이 쉬기도 했다니까요.”

요즘 세대에게는 ‘으라차차 와이키키’가 과거 시트콤의 전성기를 상징했던 MBC 예능프로그램 ‘논스톱’ 같은 존재라고 했다. 이이경은 댓글 반응 중, “드라마 때문에 월요일이 행복하다는 말이 너무 좋았다”며 꼼꼼하게 반응도 살폈다고 말했다.

“요즘 제 관심사가 ‘행복을 찾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댓글 중, ‘월요일이 너무 행복하다’는 말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어요. ‘우울증을 치료했다’라고도 하고, ‘한국의 짐캐리를 찾았다’라고도 하시고요. 뭔가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지지치 않는 힘이 되어주었어요.”

‘월요병’을 치유해주는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이이경의 가족들에게도 행복을 선물했다.

“저희 누나가 정말 좋아해요. 누나랑 영상통화를 자주 하는데 ‘너는 코미디만 해! 정말 보기 좋다’고 하더라고요. 누나도, 누나 주변에서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서 뿌듯해요.”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준기 역을 맡은 배우 이이경[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으라차차 와이키키’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배우 정인선과의 열애설이었다. 극 중 준기는 서진(고원희 분)과, 윤아(정인선 분)는 동구(김정현 분)과 로맨스를 쌓아오던 상태였기 때문에 ‘열애설’은 더욱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지인의 소개로 만나게 됐어요. 조용히 잘 사귀고 있었고 서로 ‘으라차차 와이키키’에 출연하게 된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죠. 둘 다 워낙 오디션을 많이 보러 다녀서요…. 이렇게 될 줄 몰랐죠. 하하하. 열 개 중 하나만 되어도 대박인 거거든요. ‘설마 같이 붙겠어?’ 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캐스팅되고 나서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개인적 감정을 배제하고 방해가 되지 않게 하자고 했죠. 그분도 동의했고 정말 조심스럽게 지냈어요.”

열애설이 터지던 날은 공교롭게도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종방연이 있었다. 이이경은 드라마 ‘검법남녀’ 촬영으로 종방연을 불참했고, 연인인 정인선 홀로 해명(?)에 나서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배우의 연애는 감독은 물론 동료 배우들까지 몰랐던 일이었다고.

“그분 홀로 종방연에서 (관심들을) 견뎠어야 했어요. 미안하기도 하고…. 저도 마음이 불편했죠. 하지만 씩씩하게 잘 해낸 것 같아서 고마운 마음이 커요.”

‘으라차차 와이키키’와 이별 중인 이이경은 새로운 드라마 ‘검법남녀’를 통해 변신하고자 한다고 털어놨다.

“준기 캐릭터가 너무 강해서 걱정돼요. 차수호(드라마 ‘검법남녀’ 캐릭터)에게서 준기가 보일까 봐요. 매신, 매 컷을 찍을 때마다 우리 스태프들에게 ‘준기가 보였어?’하고 물어요. 아직까지는 고심하고 잘 만들고 있어서 준기의 모습이 겹쳐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준기를 잘 보내줄 생각이고 또 잘 놓아주는 것 같아요.”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