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사퇴한 가운데 의원시절 ‘5000만원 셀프 후원’이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린 선관위에 불똥이 튀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선관위의 직무유기를 지적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하루도 안 돼 2만여 명이 동의하는 등 후폭풍이 확산되고 있다.
16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선관위의 직무 유기에 대한 조사 및 감사 요청’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오전 9시 23분 현재 2만708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그는 청원 배경으로 연합뉴스 기사를 함께 게재했다. 내용은 선관위가 지난해 1월 말 김 전 원장 측으로부터 셀프 후원 등의 내역이 포함된 회계보고서를 제출받았으나, 당시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김 전 원장은 국회의원 임기 만료 두 달 전인 2016년 3월 25일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에 일시 후원할 경우 금액에 제한이 있는지 선관위에 문의했다. 선관위는 “종전 범위를 현저히 초과하는 금액을 납부하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회신했다.
선관위는 후원금액 5000만원은 더좋은미래 가입비 1000만원, 월 회비 20만원 등과 비교할 때 위법 소지가 다분히 큰 금액으로 봤다. 지난 16일 전체회의에서도 기존 판단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선거법 위반 가능성을 알고도 김 전 원장은 후원을 단행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선관위는 지난해 초 김 전 원장의 위법 사실을 확인할 기회가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정치자금법 40조에 따르면 선관위는 매년 국회의원 후원회 회계 책임자로부터 회계 보고를 받아 상세 내역을 확인한다. 위법 사실이 발견될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하게 된다.
선관위가 위법사실을 조치했다면 이번 금감원 인사 사태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선관위는 당시 전 원장의 후원이 위법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가 이번에 뒤집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애초 회계보고서 검토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 선관위 측이 설명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자료가 워낙 많다 보니 김 전 원장의 문제를 확인하지 못한 것 같다”며 “실수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 입장이 반영된 보도에도 여론은 들끓고 있다. 한 누리꾼은 청원게시판에 ‘한입으로 두말하면 당연히 (조사가)필요하다’고 적었고, 다른 누리꾼은 ‘조사를 통해 선관위의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썼다. ‘이곳(선관위) 위원들 대다수가 박근혜 임명한 사람들이다. 극도로 편파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지적의 글도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