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합의가 이뤄지면 남북 철도 연결 사업과 '나진-하산 프로젝트'에서 우선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은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전날 진리췬(金立群)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총재와의 면담 내용을 소개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AIIB 비회원국이지만 이사회 동의를 거쳐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 위원장은 "경의선은 이미 도라산역까지 연결돼 있는데 향후 신의주와 중국 단둥까지 고속철로 만날 수 있다"며 "동해선도 강릉부터 휴전선 인근 재진까지 끊겨 있는 우리 측 110km 철로 건설 작업을 올해 안에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시작된 철도가 북한과 중국을 거쳐 유라시아까지 연결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인 OSJD(국제철도협력기구) 미가입 문제도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OSJD 정회원국인 북한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돼 왔는데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거치며 풀릴 수 있다는 기대다.
이와 함께 송 위원장은 북한과 러시아 간의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북미 관계 개선 시 가장 먼저 복원 가능한 사업으로 꼽았다.
송 위원장은 "나진항을 통한 러시아 석탄 반출입 금지는 유엔 제재가 아닌 우리의 단독 제재 사안"이라며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하면 법리상으로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상호 신뢰 구축을 위해 우선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송 위원장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연계할 수 있는 개념으로 일도일선(一道一線·북극항로와 슈퍼그리드)을 제시하기도 했다.
송 위원장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북극항로 개척을 강조하면서 일대일로에는 '일도' 개념을 추가했다"며 "여기에 '일선'인 슈퍼그리드 구축을 더 추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북극항로가 2030년이면 상용화할 전망인데 우리도 준비해야 한다"며 "항로 추가 확보에 따른 물류비용 30~40% 절감, 가스 추가 수입, 건설업 EPC(설계ㆍ조달ㆍ시공) 진출 확대,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국가 간 전력 공급 체계를 의미하는 슈퍼그리드 구축 사업과 관련해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몽골에서 생산된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중국과 북한을 통해 들여오는 게 핵심"이라며 "외환위기를 막기 위한 통화스와프처럼 블랙아웃에 대비해 전력망을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탈원전을 위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늘린다지만 현재 4%에도 못 미친다"며 "박정희 정권 때 경부 고속도로, 김대중 정부 때 정보 고속도로처럼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해 한국 경제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위원장은 "우선 2GW 규모로 시작할 계획"이라며 "다음달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 의제로 다뤄질 수 있도록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안할 생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