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간 무역마찰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내에서 미국산 제품을 보이콧하자는 등 반미 정서가 꿈틀거리고 있다.
9일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장쑤(江蘇)성 난징(南京) 시민들은 시 공안국에 반미 시위를 허가해 달라는 신청서를 냈다.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에서는 시민들이 거리에서 미국산 제품을 보이콧하자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거리 한복판 바닥에 '애국자들은 서명해 주세요. 중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산 제품을 사지 맙시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싸워서 이깁시다!'는 문구가 적힌 대형 종이가 펼쳐져 있고, 거기에 시민들이 서명을 하고 있는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다.
반미 정서를 부추기는 '가짜뉴스'도 올라왔다. 전날엔 후난(湖南)성 헝산(衡山) 관광지 매표소에 ‘오늘부터 미국인 관광객은 입장료에 25% 관세를 추가로 부과한다. 번거롭더라도 양해를 바란다. 불편한 점이 있으면 미국대사관에 문의하라’는 내용의 안내판이 걸려있는 사진도 온라인에 올라왔다. 하지만 이 사진은 합성된 것으로 가짜 뉴스로 판명돼 현지 공안당국이 즉각 유포자를 찾아내 '비판교육'을 실시했다고 관영 환구시보는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지나친 국수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중국 누리꾼들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다.", "미국에서 건너온 청바지부터 벗어라", "안드로이드폰, 애플 아이폰부터 버려라" 등 미국산 제품 구매 반대 운동이 사실상 비이성적 행동임을 지적한다.
중국 신화재경(XHF)이라는 경제매체는 9일 "극단적 민족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며 "무역전쟁은 담판을 위주로 해결해 중국의 실력과 미래 잠재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펑(虜鋒)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도 앞서 봉황망재경을 통해 미·중 양국이 협상에 실패해 무역전쟁이 발발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비록 확률은 매우 적지만 중국내 급진세력이 힘을 얻어 중국 개혁개방을 저지하고 중국 정치가 '좌경화' 현상을 보이는 것"을 꼽은 바 있다.
중국에서는 앞서 2016년 7월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국제상설중재재판소 판결에서 중국이 패소한 직후에도 미국산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난 바 있다. 당시 중국 각지에서는 맥도날드, KFC 등 미국 브랜드 상점을 향한 반미 시위가 잇달으면서 중국 관영 언론들이 자제에 나설 것을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