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발견]키 2m 공자가 즐거운 인생의 꿀팁을 제공하다

2018-04-0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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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전용주, 문예출판사,2018년]

아마도 10권 이상의 논어와 공자 평전을 읽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도 읽고 대학시절에도 읽고 직장 초년에도 읽고 지금도 다시 읽는다. 논어는 논어이지만 풀이하는 사람이 다르고 보는 관점이 다르다. 거기에다 읽는 사람의 연륜이나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니, 같은 책 같은 인물이라도 늘 새롭다. 

# 회계사가 공자에 빠졌을 때

'공자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의 작가 전용주는 40여년을 공인회계사로 활동하면서 대학에서 강의를 했던 분이다. 그런 그가 공자라는 낯선 분야의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은, 2011년 최인호의 소설 '유림'을 읽고부터라고 고백한다. 이 소설에 깊이 매료된 그는 모대학원의 유학과 박사과정까지 밟는다. 공자의 해석자인 주돈이의 이론을 박사논문으로 쓰기도 했다. 책 한 권이 인생을 바꾸는 훌륭한 사례다. 획기적인 '삶의 선택'이 낳은 한 결실이 이 책인 셈이다. 이 분이 머릿말에 써놓은 '공자열병'을 느껴보자.
 

[공자를 찾아가는 인문학여행(전용주 저,문예출판사)]



"공자의 가르침은 내내 양심을 이끌어주는 북극성과 같다. 그래서 나는 일상의 삶에서 공자의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이 책을 출간하려고 용기를 갖게 된 것도 공자의 가르침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런 말에 덧붙여 저자는 공자의 가르침에 대해 일반적으로 지니고 있는 '고리타분할 거라는 선입견'을 깨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공자를 피상적으로 알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공자 촛대뼈 까는 말씀을 하신다는 구어체의 조롱은, 적절하지 않은 훈계를 늘어놓거나 고답적인 지식을 풀어놓는 경우를 가리킨다. 애꿎은 공자가 지금 시대의 '아재'나 '꼰대'의 행위에 불려나와 무단히 촛대뼈를 '까이고' 있는 꼴이다. 공자가 단지 오래 전의 사람이란 이유 때문에 그의 말이 낡게 느껴지는 것이라면 그건 억울한 일에 틀림없다. 공자가 설파한 모든 가치들이 이 시대엔 적절하지 않으며 소용도 없다는 의미에서라면, 천하의 공자라도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다. 

# 공자는 키다리 무사의 아들

공자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우린 그의 생물학적 실체에 대해서도 그리 자세히 알고 있지 않다. 그건 좀 정리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공자는 기원전 551년에 노나라에서 태어났다. 노나라는 주나라의 제후국이었으며 지금의 산동성 곡부 일대에 자리잡고 있었다. 공자의 아버지는 공흘, 자는 숙량이었는데, 당시 숙량흘이라 불렸던 분이다. 숙량흘은 무사였고 키가 2m쯤 됐으며 힘이 셌고 무예도 뛰어났다. 숙량흘은 첫 아내에게서 딸 9명을 얻었는데, 아들이 갖고 싶어 두번째 아내와 결혼했다. 두번째 아내는 동료 무사인 안양의 막내딸이었다. 재취를 맞을 때 숙량흘의 나이는 66세쯤 됐고 둘째 아내 안징재는 16세였다. 50년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낳은 아들이 공자였다.
 

[공자]



공자는 어머니 안징재가 니구산에서 기도를 드리고 낳았기에 공구(孔丘)라는 이름을 지녔고 자는 중니라고 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용모가 특이했던 모양이다. 장성했을 때는 아버지를 닮아 거의 2m가 되었다. 3세 때 부친을 여의고 17세때 어머니도 잃었다. 그에게는 스승도 없었다. 19세 때 올관씨라는 송나라 처녀와 결혼해 아들 리를 낳았다.

20세 때 창고지기인 위리라는 벼슬을 했다. 21세 때는 승전리(가축 관리직)에 임명된다. 공자가 큰 벼슬을 하는 것은 50대가 넘어서이다. 중도재라는 지방관리를 맡아 선정을 베풀었다. 53세 때 공조판서에 해당하는 사공에, 54세 때는 병조판서급인 대사구에 임명된다. 이 무렵 리더의 실정에 환멸을 느껴 벼슬에서 물러나 천하를 주유하며 자신을 알아줄 군주를 탐색한다. 하지만 그는 제대로 된 리더를 만나지 못했고, 고국인 노나라에 돌아와 국정자문을 하다가 73세로 눈을 감았다.

어린 시절부터 고난을 많이 겪었고, 스승도 없었으며, 한때 벼슬을 하면서 뜻을 펴려 했으나 중년 이후에 실패와 좌절을 겪고 방황을 한 인생이었다. 그가 걸은 길을 살피노라면, 결코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가 2000년을 뛰어넘어 수많은 후배들의 사표가 된 것은, 제자들이 남긴 '논어'의 힘일 것이다. 이 책이 지닌 생명력은 대체 무엇일까. 여러 차례 읽고 꽤 많은 구절에 익숙해져 있긴 하지만, 엄청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은 별로 없지 않았나 싶다.

# 논어의 핵심 중의 골자 중의 뼈대는? '배움(學)'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다보니 전에는 보이지 않던 어떤 사실이 보인다. 공자가 과연 복잡한 철학을 설파해서 안 그래도 전쟁하느라 바쁜 군주를 현혹시키려 한 사람이었을까. 그럴 리는 없다. 아주 단순하면서도 마음을 사로잡는 로직이 있었을 것이다. 그게 뭘까. 이번에 발견한 건 바로 그것이다. 배움. 공자의 모든 메시지는 이것으로부터 시작하고 이것으로부터 확장되며 이것으로 완성된다.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의 구조를 보라. 배우고 때로 복습하면!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불역열호(不亦說乎)!.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다른 즐거움도 있지만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이 맨먼저 나온 것을 보라. 

공자의 시대는 피곤하고 거칠며 괴로운 시대였다. 전쟁으로 마음이 피폐하고 인간에게 인간은 짐승처럼 서로 어르릉거리고 학대하고 불신하는 시대였다. 공자는 '즐거움' 없는 시대에,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즐거워지는 방법을 아는가? 많이 먹고 많이 가지고 많이 누리고 많이 남을 부리면 즐겁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그게 과연 진짜 즐거운 건지 한번 생각해보라고 권한다. 그건 돌이켜보면 괴로움의 원천이며 허기지고 피로해지는 일의 원인이 아니던가. 아무런 뒤탈이 없는 즐거움은 오직 '여기'에 있다. 바로 배움! 공부하는 일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 논어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학이(學而). 배우면서 살자.

세상의 모든 배움은 다 즐겁다. 배우면 알게 되고 알면 좋아하게 되고 좋아하면 행동하게 된다. 배움과 인식과 즐거움과 실천이 서로 고리로 엮여 있다. 배움만이 인간을 삶의 고통과 죽음의 불안에서 초월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 공자는 그냥 무턱대고 배우기만 하라고 한 것이 아니다. 여기에 논어의 단단한 전개가 있다. 그냥 배우는 게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권한다. 그게 무엇인가. 자기 속에 들어있는 가장 인간다운 것, 바로 어진 기질(인,仁)이다. 이걸 알아내라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의 씨앗같은 것. 그 어진 마음을 찾아내는 법을 배우면, 그때는 삶이 달라진다. 즐거워진다.

# 인간성의 씨앗(仁)을 배워, 예절인간을 완성하자

이 어진 것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예의다. 공자는 30대 이후에 '예절의 달인'이었다. 그는 예절이 단순히 인간의 행동 격식이 아니라, 삶의 가치를 만들고 삶의 의미를 규정짓는 핵심 기틀이라고 생각했다. 어진 마음을 배워 그것을 정성으로 돋우고 체질화하여 스스로와 인간관계에 적용하면, 나라의 어지러움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모두가 이것을 실천하면 대동(大同)의 나라까지 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스스로 인(仁)을 체화하고 실천하면 소강(小康)의 나라는 이룰 수 있다.

예(禮)가 동시대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조직하는 핵심이라면, 효(孝)는 시간적인 인간관계를 기틀짓는 화두다.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3년상을 치르는 것이 너무 길다고 툴툴대는 제자에게 공자는 말한다. 너의 부모는 네가 태어나 간신히 숨쉬고 있을 때 3년동안 죽지 않게 하려고 그토록 애를 쓰지 않았던가. 그것을 갚는 일을 못하겠단 말인가. 물론 그 제자에게 리얼하게 설명하기 위해 환기를 시킨 말이긴 하지만, 공자는 부모에 대한, 시간을 뛰어넘는 예의야 말로, 인간의 죽음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자를 차분히 풀어 설명하고 있는 회계전문가의 책을 읽으며, 나는 새롭게 이 위인을 발견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여러 대목에서 '배움'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내겐 그것들이 한 두름에 꿰어져, 배움과 인식과 실천, 그리고 인과 예와 효의 관계에 대한 통찰로 재인식된 것이다. 이런 행복한 독서가 어디 있는가. 공자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이란 그 표현에 딱 맞는 여정이다. 


빈섬 이상국(아주T&P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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