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칼럼-중국정치7룡] 習황제의 '축구몽'…중국 월드컵 우승

2018-04-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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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③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구는 취미라기보다 정치다. 시 주석은 자신을 축구광(足球迷)으로 소개할 정도로 축구를 좋아한다. 2008년 7월 당시 국가부주석이었던 시진핑은 베이징 올림픽 스타디움을 시찰할 당시 특별히 여자 국가대표 축구팀만 '편애(?)'해서 전 팀원에게 유니폼 한 벌씩을 증정했다.

2009년 10월 독일 방문 때 시진핑은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중국은 양적으로 많은 축구팬과 축구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나 질적으로는 수준이 너무 낮아 탈이다. 하지만 우리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종합우승하면서 한가지 결심을 했다. 갖가지 종목에서 금메달 48개나 땄으니 이제는 축구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 이라고 말해 실소(?)를 참는 독일인의 무한 인내력(?)을 시험하기도 했다.

2011년 7월 4일, 중국을 방문한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는 시진핑에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던 박지성 선수의 싸인볼을 선물했다. 축구광 시진핑은 만면에 화색을 띈 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중국축구를 얘기하면 좋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며 "중국에서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을까, 중국이 언제 월드컵 본선에 나갈 수 있을까, 월드컵 우승을 할 수 있을까가 내 세 가지 꿈"이라고 말했다.

2012년 2월 시진핑은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을 방문했을 때는 축구경기장을 찾아 구두를 신은 채로 자신 만의 축구묘기를 시전하기도 했다.

아일랜드를 방문 중인 시진핑이 더블린에서 축구 묘기를 선보이는 모습. [사진=인민망]]



2014년 3월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시진핑은 바쁜 일정을 쪼개 베를린 올림피아 경기장의 축구장을 찾아 훈련 중인 중국 청소년 축구팀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볼프스부르크 축구클럽 유니폼을 선물받았다.

그해 7월 아르헨티나를 방문했을 때는 등번호 10번이 달린 레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선물 받고 “내게 이적료는 얼마 줄거냐?”는 농담을 던졌다.  석달 후인 10월 영국 국빈 방문 때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만수르 왕자 소유 맨시티 구단을 직접 방문해 당시 캐머런 영국 총리, 맨시티 공격수 세르히오와 셀카를 찍기도 했다.

2017년 6월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직접 만난 자리에선 중국의 축구 발전 방안을 설명하며 월드컵 개최를 요청했을 만큼 시진핑은 축구를 열렬히 사랑한다.

축구광 시진핑의 스팩은 그의 모교 101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이징대학교 근처에 소재한 101중학교는 원래 당 간부 자녀 또는 혁명열사 유자녀만 다닐 수 있던 일종의 귀족학교인데, 축구부가 지금까지도 유명하다. 101중학교 축구팀 주장이었던 시진핑은 골 욕심이 많은 스트라이커(실력은 미상) 겸 일정한 포지션이 없는 이른바 '리베로'였다. 이 대목에서 2018년 3월 헌법을 개정하여 1인권력체제를 구축한 오늘의 ‘시(習)황제’의 모습이 투영된다.

축구는 가장 많은 관중이 모이는 스포츠다. 축구가 가지고 있는 대중성은 독재자의 구미를 당기기에 유혹적이다. 그 덕에 축구는 독재자의 권력 강화 수단과 선전물로 이용되곤 했다.

이탈리아 독재자 무솔리니는 축구를 활용해 여론을 조작하고 대중의 정치적 관심 분산을 유도했다. 국제 경기에서 승리하면 체제의 승리인 것처럼 선전했다. 볼로냐에 초대형 축구경기장을 건설하는 등 축구 인프라 확충에 도몰입했다. 1934년 제2회 월드컵의 이탈리아 유치에 성공한 무솔리니는 "우승하면 상을 실패하면 죽음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경기마다 이탈리아 관중들은 ‘죽여라’ 또는 ‘죽어라’를 외쳤다. 생사기로의 공포에 질린 이탈리아팀은 억지(?)우승을 차지했다.

최악의 독재자 히틀러는 1939년 폴란드를 점령한 직후 독일-폴란드 대표팀간 축구경기를 열었다. 폴란드를 이겨 독일 민족의 우월성을 확실히 각인시키겠다는 의도였다. 나치는 폴란드 대표팀에게 “진다면 상을 주겠지만, 이긴다면 전원 총살시키겠다”는 협박을 했다. 그러나 폴란드 선수들은 3대2로 승리했다. 나치는 선수들을 그 자리에서 총살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2013년 6월 15일은 시진핑이 국가주석에 취임한 원년이자 그의 60세 생일이다. 그 날 열린 태국 청소년팀과의 평가전에서 중국 대표팀은 1대5로 참패했다. 격노한 시 주석은 “경기결과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모든 역량을 동원해 원인을 파악하라”고 엄명을 내렸다. 중국축구협회는 축구대표팀 감독을 해임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국가체육총국은 대국굴기를 연상시키는 '축구굴기'(蹴球崛起)를 발표해야 했다. 최종목표는 ‘2050년 중국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우승’이었다.

2015년 4월 30일 중국은 공산당 최고권력기관 중앙정치국 휘하에 축구개혁영도소조를 창설하고 '중국축구개혁 총괄방안'을 내놓았다.

단기적으로 축구관리시스템을 개선해 운영효율을 높이고, 중기적으로는 청소년축구 보급을 확대하고, 아시아 일류 프로축구팀을 육성하고, 남자축구 대표팀의 아시아 제패, 여자축구 대표팀의 세계 일류 복귀 등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축구협회와 국가대표팀을 개혁하고, 초·중학교 체육과목에 축구를 필수로 지정하며, 청소년 축구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 2025년까지 3만개 축구 특성화학교를 만들고, 200개 대학축구팀을 창단하며, 향후 도시정비 및 농촌 개발사업에 축구장 건설을 필수요소로 한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2015년 중국은 고등학교 입시에 체육 과목 구기 테스트 종목에 축구를 공식적으로 포함시켰다. 이듬해 2016년 겨울 중국 슈퍼리그 16개팀의 이적시장 규모는 4500억원, 평균관중수도 2만2000명으로 한국 K리그의 3배에 달했다.

프로축구는 원래 기업가들이 스타 선수를 보기 위해서 모여드는 관중들을 자사 제품의 소비자로 만드는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다.

중국의 특수한 정치체제 속에서 최고지도자가 어디에 관심을 갖고 있느냐는 큰 의미를 가진다. 특히 정치권력에 민감한 기업의 경우에는 직간접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후각이 발달한 중국 재벌들은 프로축구를 자신의 기업과 정치권력층을 연결해주는 일종의 '등산고리(카라비너)'로 삼아 정상에 오르는, 원대하고 치밀한 로드맵을 작성한다.

헝다(恒大)그룹 총재 쉬자인(許家印)은 2012년 9월 1일 광둥 칭웬(廣東 清遠)에 세계 최대 축구학교인 ‘헝다 축구학교’를 설립했다. 전국 소학교 학생 4578만명 중 선발된 3150명은 전원 기숙사 생활로 합숙훈련을 하고 있다. 교내에 42개 축구경기장을 보유하고 있는 헝다 축구학교는 2018년 현재 약 1만여명의 유소년, 청소년부, 성인부 학생겸 선수들이 스페인 프리메리가 최고명문팀 ‘레알 마드리드’에서 특별초빙한 감독을 비롯해 모두 935명의 감독과 코치의 지도 아래 중국의 레오날 메시의 꿈을 꾸고 있다.
 

헝다축구학교. [사진=헝다축구학교 홈페이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마윈(馬雲) 회장은 '광저우 헝다’ 팀 지분 50%를 1억9200만 달러에 인수했다. 2017년 중국 슈퍼리치 서열 1위이자 글로벌 슈퍼리치 서열 18위 완다(萬達)그룹 왕젠린(王健林) 회장도 글로벌 프로축구팀 쇼핑에 나서고 있다. 왕 회장은 2014년 6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명문팀 아틀레티코(AT)마드리드팀을 4500만 유로(약 600억원)로 지분 20%를 인수했다. 그리고 2015년 초 일제히 중국의 5개 도시에 AT마드리드축구 학교를 기공하고, AT마드리드팀의 중국 투어 경기를 성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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