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5일 첫 행보로 지난 2016년 5월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가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을 방문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 수리 중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는 지난 2013년 성수역, 2015년 강남역까지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중 세 차례 발생했다. 가장 강력한 상대인 박원순 시장의 실정(失政)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안 예비후보는 이날 오전 구의역을 방문, 스크린도어 유지 보수를 담당하던 고(故) 김모(19)씨를 추모했다. 안 예비후보는 김씨가 사망한 9-4번 승강장에 헌화하면서 서울시장 예비후보로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안 예비후보는 "제가 처음으로 정치를 시작했던 이유는 바로 청년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 초심을 기억하기 위해서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구의역에서 숨진 비정규직 김씨는 월 144만원을 받으며 고된 노동을 해야했다. 안전 수칙에 따르면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은 2인 1조로 진행해야 하지만, 김씨는 혼자 작업하다가 변을 당했다. 김씨는 사고가 발생한 5월28일 오후 5시54분 사고가 일어난 9-4번 승강장에 도착했다. 이후 오후 6시20분까지 지하철 2호선 을지로 4가역에 도착해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김씨의 소지품 중 컵라면이 발견돼 그의 고된 현실을 짐작케 했다.
앞서 지난 2013년 1월 성수역 스크린도어 정비공 사망 사고가 발생한 뒤 안전 매뉴얼을 만들어 반드시 2인 1조가 작업토록 했다. 이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아 2015년 8월 강남역, 2016년 5월 성수역까지 세 차례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모두 서울교통공사가 운영 중인 2호선에서 발생한 사고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지방공기업으로 주무기관은 서울시다. 특히 위험한 업무를 비정규직에 넘기는 '위험의 외주화' 논란이 불거지면서 서울시의 책임 논란도 커졌다.
전날(4일)의 출마선언식과 이날 행보를 종합해서 볼 때 안 예비후보는 먼저 서울시의 안전 문제에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의 약점을 파고 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두 사람은 이미 지난 1월 미세먼지 대책을 두고 한 차례 감정싸움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안 예비후보가 박 시장의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했고, 그러자 박 시장이 "정치가 이렇게 사람을 바꿔 놓는가 절망감이 든다"고 섭섭함을 드러냈던 것이다.
출마선언식에서 미세먼지 대책을 질타하며 박 시장을 비판했던 안 예비후보는 이날도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청년 실업, 비정규직, 안전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제가 겹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이라면서 "안전한 서울 만들기가 저의 가장 중요한 비전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시장을 겨냥해 "안전에 대해 충분한 투자나 관심 또는 새로운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안 예비후보는 박영선·우상호 등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주자들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에 대해선 "경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낮은 분들의 말씀에는 일일이 반응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