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절상 압박 가시화"…환율 변동에 앓는 수출기업

2018-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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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강세 추세 당분간 계속…수출업계, 시장 다변화 필요

반도체ㆍ車 실적 직격탄…외화 예금 늘리는 등 위험 대응

[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국내 환율정책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강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산업계가 외환시장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미국 보호무역주의 등 각종 비용 증가 요인이 수두룩한데 환율까지 불확실해지면 경영실적이 급속히 나빠질 수 있어서다.
◆ 환율 정책 외부 압박↑···“원화 강세 요인”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외 여러 요인을 종합해볼 때 한·미 간 환율협상으로 향후 원화절상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미FTA와 연계되지 않은 합의라 하더라도 환율정책에 대한 외부압력이 강화될 개연성이 생겼다는 측면에서 원화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수출, 물가, 원화자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 등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은 내림세를 보였다.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1070.3원으로 10.8원 급락한 데 이어 29일에도 1065.9원까지 하락했다.

환율 변동 폭이 상당한 것도 경영환경에 있어서의 불안요소다. 지난 1월25일 1058.6원(종가기준)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약 2주 뒤인 2월9일 1092.1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손익분기점 평균 환율은 1045원(중소기업 1046원, 대기업 1040원)이며 적정 환율은 평균 1073원(중소기업 1073원, 대기업 1069원)이다.

현재 환율은 손익분기점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산업계는 지속해서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로 불확실한 경제 요인이 많은데 달러 약세가 구체화된다면 수출업계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미국 내 공장이 있는 업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환율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기업 실적 직격탄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하면 총 수출은 0.51%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왔다. 산업별로는 기계(0.76% 축소), 정보기술(IT)분야(0.57%), 자동차(0.4%), 석유화학(0.37%), 철강(0.35%), 선박(0.18%) 순으로 수출 효과가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다면 국내 대표 수출업종인 ‘전차(電車) 군단’의 판매량 감소와 환차손으로 실적 전망이 하향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는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의 57.4%를 차지했다. 반도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환율 하락 추세가 이어지면 수천억의 손실을 떠안게 된다.

기업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5% 하락하면 2781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와 비슷한 물량의 반도체, 가전을 수출해도 환율 변동성으로 경영 성적표는 악화하는 것이다. SK하이닉스도 원‧달러 환율 10% 하락 시 69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업계도 환율 하락이 달갑지 않다. 업계에서는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국내 자동차 연간 수출액이 4000억원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미(對美) 승용차 수출액은 145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 비중의 21.3%를 차지했다. 이는 대미 주요 수출 품목 중 1위이기도 하다. 현대차의 경우 환율이 5% 하락하면 176억원의 손실을, 기아차는 환율이 10% 하락하면 3191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항공업계는 원‧환율 하락이 호재다. 항공기 구매를 위한 외화부채가 많기 때문이다. 환율이 10% 하락하면 대한항공은 약 7073억원의 순이익을, 아시아나항공은 2071억원의 순이익을 얻는다.

전문가들은 수출 구조 다양화를 주문했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세계 수출시장에서 일본과의 경쟁이 치열한 기계, 자동차 산업과 8대 주력 산업 중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IT 산업은 환율변화의 수출 민감도가 높은 산업”이라며 “원화 강세에 대비하여 수출제품 및 시장 다변화 등 수출 구조 고도화를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외화 예금을 늘리는 한편, 환율변동위험 헤지를 위한 결제 통화 다변화와 파생상품 계약을 통해 환율 변동 위험에 대응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대한 현지 통화 거래를 하는 만큼 큰 영향은 없다”라며 “다만 환율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화스와프 등 파생상품 계약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환율변동의 경제적 효과가 산업별‧기업별 상황에 따라서도 서로 상이하므로 맞춤형 환율정책이 요구된다”라며 “원화절상은 단기적으로는 제조업 기업의 수출 및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으나, 개별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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