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약가제도 동일대우 요구…‘위기냐 기회냐’ 기로선 제약사

2018-03-2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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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외자사 신약 개발 성과 앞서 부담…“자유경쟁 땐 되레 자극제” 기대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 개정 및 미국 철강 관세 협상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센 압박에 국내 제약업계가 ‘풍전등화’냐, ‘전화위복’냐의 기로에 놓였다. 향후 해외 제약사의 신약 국내 진입이 거세져 무한 경쟁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는 2016년 보건복지부에서 추진한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에 대한 형평성이 도마에 올랐다.
미국 측은 모든 해외 제약사들에게 국내 제약사와 차별적인 면을 삭제하고 동일하게 대우할 것과 국내 약가제도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다. 한국 측은 한-미 FTA에 합치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보완키로 합의했다.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는 혁신형 제약기업이거나 이에 준하는 기업,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허가된 신약, 국내 임상 실시 등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경우에 한해 글로벌 혁신신약으로 인정해 약가를 우대하는 정책이다.

사실상 국내 기업에 유리한 구조로 인해 반발이 일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요건 대부분이 사실상 글로벌 제약사로선 현실적으로 충족시키기 불가능하거나 부담된다’며 제도 개선안을 제출했고, 미국제약협회는 한국 약가정책이 FTA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외자사에서 개발한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등 신약은 대부분 고가 의약품에 해당한다. 고가 의약품은 건강보험급여 중심인 국내 약가제도를 통과하는 데 구조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급여약가가 결정되지 않으면,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로선 수십~수백만원 약값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이는 의료진과 환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는 외자사 신약출시 수단으로 적합하다. 만일 미국 측 요구대로 형평성이 반영된다면 외자사의 신약 국내 출시는 이전보다 용이해질 수 있고, 국내사들은 이들과 정면으로 경쟁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된다.

이는 국내사로선 부담이 될 수 있다. 외자사는 비교적 신약 개발성과가 앞서 있어 시장을 먼저 선점하는 데 유리하다. 또 신약 임상시험에 환자가 필요한데, 외자사 신약이 선점한 시장에서는 환자를 구하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일각에선 신약 개발의지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반면 제약사들의 궁극적 목표가 글로벌 시장 진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변화로 인한 자유경쟁 구도가 제약업계 글로벌화(化) 전초전이자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적지 않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가제도가 개편돼 외자사 신약의 국내 진입이 수월해지면 국내사로선 신약 경쟁에 적잖은 압박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한미약품 폐암신약 ‘올리타’와 같이 다른 제약사도 외자사 신약과의 경쟁에서 곤혹을 치르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시장규모로는 한계가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외자사와의 신약 경쟁은 꼭 넘어야 할 산”이라며 “유리함을 얹고 경쟁하려고만 한다면 결국 도태되고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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