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22일 밤 늦게 구속 결정이 났고 23일 새벽 검찰 차량을 타고 서울 동부구치소로 이동해 수감됐다. 당시 서울 강남구 MB의 자택에 옛 친이계 인사들이 모여 떠나는 MB를 바라봤다. MB는 전날 밤 구속이 결정되자 모인 측근들에게 "이제 가야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MB의 최측근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은 이날 CPBC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MB가) 구속이 확정된 순간에 '이제 가야지' 그러셨다"며 "시종일관 담담하셨다"라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이 구속된 것은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MB가 4번째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으로 전직 대통령 2명이 동시에 구속된 상황이다.
그는 '검찰이 추가 혐의를 수사할 계획'이라는 지적에 "검찰이 사람을 잡아 넣어놓고 무슨 짓을 못하겠나. 지금 정치검찰이 하는 행태를 보면 무슨 짓을 못하겠나"라며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해서 정치보복을 하는 데 들러리가 돼 모든 걸 그렇게 뒤집어 씌우려고 하면 그걸 누가 정의로운 검찰로 보겠나"라고 비판했다.
MB의 자택에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임태희 전 비서실장,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동관 전 홍보수석, 자유한국당 소속 권성동·김영우·장제원 의원, 김대식 여의도 연구원장 등 30여명이 모였다. 권·김·장 의원 등은 현역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권 의원은 MB가 검찰 차량에 탑승하기 전 악수를 하고 침통한 표정을 지었을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김 의원과 장 의원은 현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구속 결정 직후 MB의 자택 앞에 대기 중인 취재진에게 "(검찰이) MB를 감옥에 보내기 위해 측근 거의 100여명을 소환조사해왔다. 이것은 명백한 정치보복이다. 정치활극이다"라며 "정의로운 적폐 청산이라면 노무현 정부, DJ 정부 적폐도 함께 조사해야 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은 그 두 정권의 적폐에 대해선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왔다. 오늘은 우리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우리 검찰이 또 하나의 적폐를 만든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장 의원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눈물이 자꾸 흐른다. 지금 이 순간 결코 잊지 않겠다"고 적었다. 한국당 수석대변인이기도 한 그는 "의도적으로 피의사실을 유포해 여론을 장악한 후,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구속시켰다"며 "문재인 정권이 MB를 타겟으로 수사를 시작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지만 무척 잔인하다"는 논평도 내놓았다. 이어 "훗날 역사가 문재인 정권과 그들의 검찰을 어떻게 평가할 지 지켜보겠다"며 "MB를 끝으로 다시는 정치보복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MB와 친분이 두터운 홍준표 대표 역시 입장을 내놓았다. 홍 대표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국정농단으로 탄핵하고 구속한 지금, 또 한 분의 반대파 전직 대통령을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하는 것이 나라를 위해 옳은 판단이냐"고 힐난했다. 이어 "오로지 주군의 복수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적폐청산의 미명 아래 정치보복을 하는 것이라고 국민들은 보지 않을까"라고 적었다.
홍 대표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MB의 측근들이 MB에게 불리한 증언을 내놓는 것을 겨냥해 "이명박 박근혜 측근들의 줄줄이 배신에서 정치 무상도 본다"고도 했다. 홍 대표는 "참고 견디겠다. 참고 기다리겠다. 밝은 세상을 만드는 데 더욱더 전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