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현 대한체육회 회장(69)의 3선 연임 도전에 파란불이 켜졌다. 불공정과 비상식으로 지탄을 받는 이 회장이 3선을 위한 첫 관문을 가뿐히 통과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위원장 김병철)는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회관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이기흥 회장에 대해 3선 연임 도전을 승인했다.
스포츠공정위는 이 회장의 '거수기'란 평을 받는다. 2019년부터 스포츠공정위를 이끌어 온 김병철 위원장은 이 회장 측근으로 통한다. 더구나 이번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 위원장은 이 회장과 함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에게 골프 접대를 받은 의혹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을 제외한 다른 스포츠공정위 위원들 역시 이 회장이 임명한 인물들이다.
앞서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장이 임명 또는 위촉한 스포츠공정위원에게 본인 임기 연장을 심의받는 절차 자체가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은 문체부 측 권고를 거부하고 3선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대한체육회의 밀실 행정도 문제다. 이번 스포츠공정위원회 전체 회의는 비공개로 이뤄져 이 회장에게만 그 결과가 통보됐다. 이 회장의 3연임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이 같은 대한체육회 행보는 납득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와 이 회장 간 갈등도 계속될 전망이다. 문체부는 전날 이 회장에 직무 정지를 통보했으나 이 회장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 관계자는 “수일 내로 법원에서 통보가 오면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지난 10일 직원 부정 채용(업무방해),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예산 낭비(배임) 등 체육회 관련 비위 혐의를 확인하고, 이기흥 회장 등 관련자 8명을 수사 의뢰한 상태다.
대한체육회 내부에서도 이 회장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대한체육회 노조는 이날 공정위 심사가 열리는 올림픽회관에 모여 공정위에 상식에 입각한 심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김성하 노조 위원장은 “이기흥 회장 연임 행보를 구성원들조차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며 “잇따른 감사와 외부 지적 사항에도 회피하고 도망가기에 급급하고, 모든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듯한 행동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서 단체 행동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행 선거제도에서는 제2, 제3의 이기흥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선거제도에 주무 부처, 유관단체들, 학계에서 면밀히 검토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지금이라도 직원들 앞에 사과하고 조금이나마 명예롭게 퇴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한국 스포츠계의 재도약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이날 열린 2024 체육발전유공 포상 및 제62회 대한민국 체육상 전수식에서 “근래 체육계에 여러 어려운 일이 있지만 더 새로운 대한민국 체육의 밝은 미래를 향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미래를 위해 한 발짝 더 전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차기 대한체육회장을 선출하는 선거는 2025년 1월 14일 열린다.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강태선 서울시 체육회장,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