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단원을 수차례 성폭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연극연출가 이윤택씨가 17일 오전 10시께 경찰에 출석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오전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씨는 경찰에 출석해 “피해자들께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몇 명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답하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 전 감독은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약 8년간 여성연극인 16명에게 성폭행 및 성추행 등을 가함 혐의를 받고 있다. 그의 오랜 행각은 지난 2월 14일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전 감독이 과거 자신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드러났다.
이후 미투운동이 본격화되면서 그에게 성폭행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이 속속 드러났다. 결국 이 전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성추행은 인정하지만 성폭행은 없었다”며 “피해를 입은 분들께는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의 사과는 쇼잉에 불과했다. 기자회견 직후 연희단거리패 배우 오동식씨가 SNS를 통해 “이 전 감독이 사태 확산을 우려해 기자회견을 연출했으며, 연기와 연출로 이뤄진 회견이었다”고 폭로했다. 곧바로 대중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 전 감독의 혐의 대부분은 2013년 성범죄 친고죄 폐지 이전 발생했다. 그러나 경찰은 2010년 신설된 상습죄 조항을 적용하면 친고죄 폐지 전 범행이라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경찰은 고소인 조사를 통해 피해 당시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이 전 감독 자택과 경남 밀양연극촌 연희단거리패 본부, 경남 김해 도요연극스튜디오 등 4곳을 압수수색해 이씨 휴대전화와 기록물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이 전 감독이 단원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있는지, 피해자 주장대로 실제 행위가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