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 협상을 주한미군 철수와 연계시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워싱턴포스트(WP)가 미주리 주에서 열린 공화당 정치자금 모금 행사의 음성 파일을 확보해 1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는 그들(한국)과 엄청나게 큰 무역 적자를 내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지켜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15일 오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릴 한·미 FTA의 3차 협상을 앞두고 나왔다.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한미 FTA 재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위협'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 양국은 지난 7~9일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1차 고위급 회의를 마쳤으며 내달 서울에서 2차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에도 한국이나 유럽 등 동맹국에 '안보 무임승차론'을 꺼내들며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라고 요구한 바 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유럽 등을 겨냥해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며 공격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가을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자 결집을 위해 미국 우선주의를 한층 거세게 몰아붙이는 모습이다. 대내외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키로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독일 등을 겨냥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방위비 분담금 언급이 잦아진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