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추진되는 등 한반도 정세에 전향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데 대해 중국 측이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양제츠(楊潔篪)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12일 베이징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이 같은 뜻을 밝혔다.
양제츠와 정 실장은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영빈관에서 면담을 진행했다. 중국 측은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부장과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 한국 측은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와 이선아 외교부 동북아제2과장 등이 배석했다.
양제츠는 "현재 한반도 정세의 적극적 변화는 비핵화 문제를 대화의 궤도로 복귀시키고 있다"며 "각국이 정치·외교적 해결이라는 큰 방향을 견지할 수 있다면, 한반도 문제는 반드시 국제사회가 공통으로 바라는 방향으로 진전할 것으로 믿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의 유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방침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제안한 쌍중단(북한 핵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목표 달성에 있어 여러 가지 진전이 있는 것은 시 주석과 중국 정부의 적극적 기여와 역할에 힘입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은 남북 문제의 경우 당사자 간의 직접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한국 측의 원칙을 일관되게 지지해 왔다"며 "최근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해준 데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양제츠는 "정 실장이 얼마 전 북한과 미국을 방문했는데 문재인 대통령께서 제일 먼저 중국에 특사를 파견해 관련 사항을 통보하도록 해 한·중 관계를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화답했다.
양측은 향후 한·중 관계의 발전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양제츠는 "양국의 정치 의사소통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고 각 분야의 교류와 협력도 착실하게 추진 중"이라며 "양국 정상 간의 합의 사항을 더 잘 이행해 한·중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전한 발전을 도모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이에 정 실장도 "이번 면담을 통해 한·중 간의 긴밀한 공조 방안을 협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특히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이후 양국 관계가 빠르게 복원되고 있는 데 대해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축하한다는 덕담을 건넸고, 한국 측은 한정(韓正)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류옌둥(劉延東) 국무원 부총리의 올림픽 개·폐막식 참석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편 정 실장은 양제츠와의 면담이 끝난 뒤 이날 오후 늦게 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시 주석을 예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