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한 데 대한 중국의 반응은 '적극적인 지지'와 '중국 역할론'으로 요약된다. 한반도 긴장 국면이 대화를 통해 완화되는 흐름을 반긴다면서도 일각의 '차이나 패싱' 우려에는 "그럴 일은 없다"며 확실히 선을 긋고 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장관 격)이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 밝힌 입장이 대표적이다. 왕 부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한반도가 올바른 방향으로 중요한 걸음을 내디뎠고, 중국은 남북 양측의 노력을 지지한다"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기간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멈췄고 한국과 미국도 합동군사훈련에 나서지 않았다. 이는 중국의 '쌍중단'(雙中斷)'이 좋은 방안임을 잘 보여준다"고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부장(차관급)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도 이러한 중국의 입장을 전하며 쌍중단과 함께 쌍궤병행(雙軌竝行,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 병행)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쿵 부부장은 지난 10일 국영 중국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은 한반도 정세 변화의 긍정적 신호를 국제사회에 전한 것"이라며 "쌍중단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이 조성됐고 이제 쌍궤병행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언론 등 매체와 학자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일각에서 제기된 중국 소외론을 반박했다. 한반도에 해빙 무드가 무르익고 있지만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위해 중국의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중국 신화사의 온라인판인 신화망(新華網)은 10일 논평을 통해 "날 선 대립을 보였던 북·미 간 대화의 길이 열리기까지 중국의 역할이 컸다"며 '쌍중단'을 언급하고 "중국의 지혜가 담긴 방안이 한반도 정세를 완화하고 대화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또, "중국은 수년간 외교에 있어 평화와 정당성, 건설적인 원칙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면서 "중국의 역내, 국제무대에서의 역할과 견지해온 원칙이 점점 더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지지와 찬사를 받고 있다"며 한반도는 물론 세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상당함을 강조했다.
인민일보 온라인판인 인민망(人民網)은 쑤샤오후이(蘇曉暉) 중국 국제문제연구원 국제전략연구소 부소장의 '망해루' 사설을 통해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안정 수호,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계속 주장했고 6자회담 의장국으로 대화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중국만의 역할을 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최근의 성과에 안심해서는 안 된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중국은 계속 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가 "갑자기 찾아온 '행복'에 감탄해마지 않는 분위기지만 중국은 '3척 두께의 얼음이 하루아침 추위에 생긴 것이 아니다'라는 옛말을 새겨 한반도 정세가 여전히 취약하고 변수가 많음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관국의 도발행위 자제를 촉구하며 긍정적인 상황을 계속 중국이 이끌 것임을 강조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도 9일 '한반도 정세의 극적 변화, 중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제하의 사평을 통해 "중국은 한반도 정세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일각의 중국 소외론과 같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영향력은 강해진 실력과 역내 입지 변화에 따른 것으로 중국은 한반도 정세에 있어 핵심 유관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에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면서도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과정에서 자국의 이익이 소외되는 것은 좌시하지 않겠다며 '차이나 패싱'은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11일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차이나 패싱은 과도한 우려"라며 "이는 동북아시아 정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주장으로,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서의 영향력은 대체할 수 없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