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 가능성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북핵위협론'에 이어 '북한 사이버공격론'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그간 정치적 위기를 맞을 때마다 '북한 카드'를 꺼내들었던 만큼 '재팬 패싱'을 경계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2일 보도를 통해 "북한 정권은 지난 1998년부터 일본을 포함한 해외 인사에 대한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해킹 임무에 임하는 전문 인력 수천명을 배치한 사이버부대를 운영해오고 있다"며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개발 수준 등 활동 범위가 다변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180부대의 임무는 핵폭탄, 장거리 미사일 등 5대 무기 개발에 필요한 외화 벌이에 집중돼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기존 사이버 공격 이외에도 일본이나 중국의 기업을 대상으로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발주한 뒤 관련 자금을 국가에 상납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가상화폐 해킹 등 국제제재에 맞선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주목해왔다. 강경한 대북제재가 확대되면서 돈줄을 죄고 있는 상황에서 비교적 국제 거래 장벽이 낮은 가상화폐를 범죄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사상 최악의 피해로 추산되는 일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체크' 해킹 사건에 북한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에 외신들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5월에 전세계에 타격을 준 '랜섬웨어' 공격, 2014년 소니엔터테인먼트 해킹 배후로도 지목된 상태다.
다만 북미대화 가능성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급격한 변화가 생긴 상황에서 일본 언론이 새삼 북한의 사이버공격론을 부추기는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그간 일본 정부가 정치적인 위기마다 '북핵위협론'을 강조했던 만큼 남북관계, 북미관계에 긍정적인 기류가 생긴 데 대해 북한 사이버 공격의 위험성을 거론하면서 '재팬 패싱'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