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등 '적절한 조건'이 전제돼야 북·미 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한 데 대해 북한이 조건 수용 불가 방침을 공식화했다. 양측 입장이 갈리면서 해빙무드에 접어들었던 북·미 관계가 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미 재무부가 화학무기 사용 관련 대북 제재를 검토중이어서 양측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일 "그동안 북·미 대화에서 단 한번도 전제 조건이 붙어 있는 협상 테이블에 앉은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우리가 지향하는 대화는 '평등한 입장'에서 '상호 관심사의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해결하는 대화"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보도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미국이 전제 조건을 제시한 지 닷새 만에 북한의 수용 불가 방침이 나오면서 해빙무드에 접어들었던 북·미 대화가 다시 표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 국무부가 북한의 대민 화학무기 사용 관련 추가 대북 제재를 검토중이어서 양측 관계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지난해 2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사망한 사건과 관련, 북한이 위독성 물질인 VX를 사용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리고 국내법에 근거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 방식으로는 긴급 인도적 지원 등을 제외한 대외 지원과 무기 판매 등을 금지시키는 방안이 유력하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김정남 사망 사건 등을 이유로 9년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뒤 대북 제재를 가해왔다. 외신들은 지금까지도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추가 제재를 통해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기조를 과시하려는 복안이 담겼다고 해석하고 있다. 북·미 대화가 표류하는 가운데 오는 5일 이번 조치가 확정되면 양국 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북한이 북·미 대화 불발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 점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양측 관계가 과거처럼 일촉즉발 수준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소 강경한 형태의 '성명'이나 '담화'보다는 대변인 입장을 통해 자국 입장을 밝히는 등 입장 표명 수위를 낮춘 만큼 북·미 간 조율의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한국 정부가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북·미 간 대화를 준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북 특사 명단을 발표했다"며 "대북특사단의 방북 결과가 북·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