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장애인 선수들이 설원과 빙판 위에서 감동을 선사할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개회식이 9일 밤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이번 대회는 이날 개회식을 시작으로 18일까지 열흘간 강원도 평창과 강릉 일원에서 펼쳐진다. 1988년 서울하계패럴림픽 이후 무려 30년 만에 안방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이다.
‘열정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Passion Moves Us)’는 주제로 열린 개회식 행사는 장애인 선수들이 보여주는 열정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힘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의수의족장애인 신명진씨의 대고 퍼포먼스가 전 세계 선수들을 맞이했고, 선수들의 열정과 뜨거운 심장 박동을 의미하는 다양한 북소리는 얼어붙은 세상을 깨웠다.
평창에서 감동의 레이스를 펼칠 각국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스가 가장 먼저 입장했고, 일본에 이어 북한이 인공기를 든 기수 김정현을 앞세워 34번째로 나섰다. 개최국 한국은 참가국 마지막 순서인 49번째로 입장했다. 한국은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하는 신의현이 기수를 맡았다.
축하공연에서는 ‘가능한 꿈’이라는 제목으로 시각장애인 소정이가 무한한 상상력으로 그린 것들이 현실이 되면서 평창의 아이들과 패럴림피안들의 꿈을 표현했고, 역동적인 휠체어 공연인 ‘열정의 바퀴’는 패럴림픽의 에너지가 공존의 세계를 만들 것이란 이상향을 그렸다.
올림픽 개회식의 하이라이트인 성화 릴레이는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며 노르딕스키의 남북 선수인 최보규와 마유철이 손을 맞잡고 감동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성화봉은 성화대 반대편에서 좌식 노르딕스키 첫 국가대표인 서보라미와 카스파 윌츠 코치에게 건네졌고, 가운데서는 희귀병을 앓는 아들과 철인 3종 경기에 나서는 아버지 박지훈과 박은총 부자가 이어받았다.
성화대 밑에서는 시각 장애인 알파인스키 선수 양재림과 가이드 고운소리가 받아 성화대로 향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른 둘은 성화대로 향하는 중간에서 기다리던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대표팀 주장인 한민수에게 성화를 넘겼다. 왼쪽 다리가 의족인 한민수는 성화봉을 등에 고정한 뒤 줄에 의존해 암벽을 타듯 성화대에 올라 감동을 선사했다.
성화 최종 점화의 주인공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국가대표로 은메달을 따낸 ‘스킵’ 김은정과 소치패럴림픽 컬링에 출전한 ‘스킵’ 서순석이었다. 김은정이 휠체어에 앉은 서순석을 밀어 장애와 비장애가 하나가 돼 성화대에 불을 붙였다.
이어 소프라노 조수미가 가수 소향과 함께 패럴림픽 주제가인 ‘평창, 이곳에 하나로(Here as ONE)’를 불러 개회식의 대미를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