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지사는 이날 오후 5시 4분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검은색 패딩을 입은 모습으로 나타나 "저로 인해 상처를 입으셨을 많은 국민분들께, 또 도민 여러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 그리고 제 아내와 아이들, 가족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이어 "앞으로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조사를 받도록 하겠다"며 "국민 여러분들께 드렸던, 국민 여러분들이 저에게 주셨던 많은 사랑과 격려 정말 죄송하다"고 말한 뒤 검찰청사로 들어갔다.
피해자인 김지은 전 정무비서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안 전 지사는 입장 발표 뒤 잠시 고개를 숙였으나 허리를 굽히진 않았다.
'피해자 김지은씨의 말이 전부 사실인가. 혐의를 인정하나'는 기자들의 질문엔 "앞으로 조사 과정에서 성실하게 임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날 현장에는 안 전 지사의 검찰 출석을 보기 위해 몰린 취재기자와 주민 등 수백 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주민은 입장 발표를 하는 안 전 지사를 향해 "아주 나쁜 X", "세계 망신살이", "평생 감방에서 살아야 한다" 등 노골적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앞서 안 전 지사의 김 전 정무비서는 지난 6일 서울서부지검에 안 전 지사가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간 러시아, 스위스, 서울 등에서 4차례에 걸쳐 성폭행·성추행 했다며 안 전 지사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위계에 의한 간음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이후 자신이 설립한 싱크탱크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여직원을 1년 이상 수차례 성폭행·성추행했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안 전 지사는 전날 오후 3시 충남도청에서 자신의 성폭행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예고했으나, 회견 2시간 전 돌연 "검찰에 출석해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는 게 우선"이라며 취소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가 이날 자진 출석한 것과 관련해 "고소장 접수 후 신속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법적 절차에 따라 가능한 범위 내에서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인 김 전 정무비서도 현재 서부지검에 나와 조사를 받고 있다고 김 전 정무비서를 지원하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가 전했다.
전성협은 "안 전 지사의 일방적 출두 통보는 매우 강력히 유감이다. 피해자에 대한 어떤 사과의 행동과 태도도 아니다"고 비판했다.